가족관계등록법상 '국민'만 출생등록 규정…'그림자 아동'으로 남아
"국적·체류자격 관계없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7일 종로구 헌재에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6.8.27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해 아무런 법률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의 위헌 확인에 따라 국회는 부모의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이 '그림자 아동'으로 남지 않도록 출생등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헌재는 27일 베트남 국적 A씨와 자녀가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출생신고에 관해 정하지 않은 입법 부작위(할 일을 하지 않음) 행위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임을 확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A씨는 2008년 비전문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 입국해 2016년 베트남 국적의 아내와 결혼했다. A씨 부부는 승인된 체류 기간을 넘겼으나 국내에 머물고 있다.
부부는 2019년 서울의 한 의료원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출생 등록을 하지 못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이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에 관한 등록만 규정하고 있어서다.
A씨 자녀와 같이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출생신고에 관한 규정은 없다.
국내에서 태어났지만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 아동'인 셈이다.
A씨는 이런 법적 미비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2022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7일 종로구 헌재에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소원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2026.8.27 hama@yna.co.kr
헌재는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는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독자적 기본권이자 일반적 인격권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라며 "해당 아동이 내국인이지 외국인인지에 따라 보장 여부를 달리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출생 후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을 최대한 이른 시점에 국가가 출생 관련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아동이 가족 등의 보호 아래 건강한 성장·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설명이다.
어떠한 이유로든 출생 등록에서 배제돼 우리나라에서 서류상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학대당하거나 유기되기 쉽고, 다른 범죄에 노출되더라도 그 신분이 드러나지 않아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적을 떠나 모든 아동은 그 자체로 소중한 생명이자 독자적 인격체이고, 나아가 아동은 태어나는 장소나 나라,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다"고 했다.
따라서 누구든 출생 사실이 공적으로 기록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 발급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하고 '국적과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대한민국 법에 따른 출생 등록이 가능하도록 구체적 내용을 형성해야 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외국인등록제도 역시 이런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봤다.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등록제도는 아이가 대한민국에 외국인 등록을 하려면 먼저 대사관을 통해 본국에 출생등록을 하고 국적을 확인받도록 했다.
즉, 체류자격을 갖지 못한 미등록 외국인의 자녀는 외국인 등록을 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본국법에 따라 신분등록이 어려운 외국인 자녀도 마찬가지다.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국적에 대한 속인주의(혈통주의)를 취하는데도 헌재 취지에 따라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도입하면 속지주의(출생지주의)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 아닌지, 미등록 체류자들의 체류를 묵인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외국인 아동에게 국적이나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게 아니다"라며 "외국 입법례를 보더라도 자국의 신분등록제도를 외국인에게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동권리협약 역시 아동이 출생 직후 등록돼야 한다고 규정하는 점,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가 우리나라에 이런 제도 미비를 권고했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외국인 아동 출생 등록 제도의 공백은 장기간 지속돼 온 사회적 문제이자 제도적 사각지대"라며 "나아가 체류자격의 결여 등이 출입국관리법 등 위반 관련 단속으로 이어지지 않게 보장 장치를 마련해 현실적 여건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다만 의무교육(초·중등교육 9년) 대상을 국민에 한정한 교육기본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는 "정의규정 또는 선언규정이어서 그 자체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국회의 '진정입법부작위'(어떤 사항에 관해 전혀 입법을 하지 않아 흠결이 있는 경우)에 대한 위헌 확인은 이번이 1994년 이후 28년 만에 나온 두 번째 결정이라고 헌재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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