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이중 고기압 폭염'…'푄현상'에 경북 '직격'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겹겹이…과거 '극한더위' 원인

늘어나는 폭염일…기후변화 완화 소극적이면 2050년엔 '28일'

비구름 걷히자 뙤약볕
동대구역 광장에서 한 시민이 양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2일 경북 경산시와 포항시에 첫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극심한 더위가 찾아온 이유는 '이중 고기압 이불' 때문이다.

현재 대기 하층에서 중층까지는 북태평양고기압, 상층엔 티베트고기압이 자리해 우리나라를 겹겹이 덮고 있다.

고기압권에선 기류가 하강해 공기가 압축되며 기온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 기류가 하강하기에 구름이 발달하지 못해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일사량이 증가하는데, 이 점도 기온을 상승시킨다.

특히 티베트고기압은 뜨겁고 건조하다.

건조한 공기는 상대적으로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이 있다.

이에 기류가 하강하면서 기온이 상승하는 효과가 더 잘 나타난다.

하층 북태평양고기압은 우리나라로 고온다습한 공기를 주입하고 있다.

북반구에서는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기에 현재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뜨겁고 습한 남풍에 가까운 남서풍이 불어 들고 있다.

뜨겁고 습한 남서풍은 경산시와 포항시 등 경북 남부지역이 특히 더운 원인이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산을 넘으면 건조해지고 한층 더 뜨거워진다.

산을 타고 오를 땐 습한 공기로서 고도가 100m 오를 때 온도가 0.6도 낮아지고, 기온이 낮아져 수증기가 응결해 떨어진 뒤 건조한 공기로 산에서 내려갈 땐 고도가 100m 낮아질 때마다 온도가 1.0도씩 올라, 결국 산 아래 지역에는 고온건조한 바람이 불게 되는데 이를 '푄현상'이라고 한다.

경북 남부지역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한 번 유입된 열이 잘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경북 남부지역 지형.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북은 경기남부와 함께 폭염중대경보가 내릴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혀왔다.

전날 한낮 기온이 39.9도까지 오른 경산시 하양읍의 경우 2018년 7월 18일(최고기온 40.5도)과 2016년 8월 16일(40.3도), 2018년 8월 18일(40.3도) 등 기온이 40도가 넘은 적도 있었다.

기상청이 2016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자료를 분석했을 때 이 시기에도 폭염중대경보가 있었다면 경산시에는 연평균 3.1일 발령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체 기상특보 구역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보 구역 53%는 중대폭염경보가 내려질 수준의 더위가 나타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산시 '기록'은 압도적인 셈이다.

경산시에 이어선 경기 여주시(2.5일)와 안성시(2.2일), 대구(1.6일), 경기 용인시(1.6) 순으로 중대폭염경보 발령 추정일이 많았다.

첫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지만, 이번 더위가 이례적이라고 하기는 아직 어렵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동시에 우리나라를 덮으면서 극심한 더위가 나타난 바 있다. 1994년 '20세기 최악의 더위'와 2018년 '21세기 최악의 더위'의 원인도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우리나라를 덮은 것이었다.

기상특보 발효 현황(왼쪽)과 12일 오후 1시 25분 기준 체감온도 분포도.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올여름 '이상현상'으로는 이번 더위보다는 여름이 시작한 지난달 초반 때 이른 더위가 나타났다가 중반 돌연 '선선한 날씨'가 나타난 점이 꼽힌다.

지난달 북극 해빙과 눈덮임이 적고 해수면 온도가 전체적으로 높아 바렌츠해와 북시베리아, 캄차카반도, 베링해 등 북극 주변과 북반구 고위도 여러 지역에 블로킹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유럽에 극심한 폭염을, 우리나라에는 찬 공기를 동반한 기압골이 자주 들어오게 만들어 비교적 선선한 날씨를 불렀다.

다만 북극 해빙 면적이 작고 해수면 온도가 높은 점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 폭염을 부르는 요소들이다.

앞서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5월 기상청 기상강좌에서 "바렌츠-카라해를 중심으로 한 북극 해빙의 용융은 양의 북극진동과 관련이 있다"면서 "양의 북극진동이 발생하면 중위도에 고기압들이 정체하게 되고, 이런 현상은 1994년과 2018년에 강력한 폭염을 일으킨 바 있다"고 밝혔다.

또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2020년 이후 지속해서 높은 점에 주목하며 북태평양 수온이 높으면 우리나라로 뜨거운 공기가 이류되어 들어오고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더위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온난화에 따라 여름 더위가 심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폭염일(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은 연평균 19일로 1970년대(8일)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6월과 7월, 8월 평균기온은 지난 53년 사이 각각 1.7도, 1.3도, 1.4도 상승했다.

기상청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보면 '기후변화 완화 정책을 소극적으로 펼치고 관련 기술 개발이 늦어 기후변화에 취약한 사회구조가 형성되는 경우'(SSP3-7.0)에 전국 폭염일은 2030년 22.7일, 2040년 20.4일, 2050년 28.3일, 2060년 42.4일, 2070년 50.4일, 2090년 79.4일, 2100년 80.9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2019년 8.9일)는 열흘이 안 되는데 금세기 말에는 두달 넘게 폭염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중대폭염경보가 발령된 경산시 하양읍 여름 최고기온 평균은 SSP3-7.0 시나리오 적용 시 이번 세기 전반기(2021∼204년) 31.0도에서 후반기(2081∼2100년) 34.6도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화석연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이 이뤄지는 경우(SSP1-2.6)'에는 2100년 전국 폭염일이 19.4일로 20일 안쪽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하양읍 여름 최고기온 평균도 31.7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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