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 따라 야생동물은 관계 기관 인계 또는 자연방사
멧돼지 등 위해동물은 포획 과정서 주로 사살…폐기물 처리
양주서 발견된 뱀, 비독성 블랙킹스네이크 추정…"대량 번식·질병 전파 가능성 작아"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최근 경기도 양주의 한 가정집에서 1m가 넘는 뱀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느닷없이 거실 이불에서 발견된 이 뱀은 소방 당국이 포획해 인근 하천에 방사했다. 이 소식을 보도한 뉴스에는 뱀을 이렇게 풀어줘도 되는지를 묻는 댓글이 대거 달렸다.
사람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해당 뱀이 외래종으로 추정되는 만큼 야생에 방사하면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소방 당국의 동물 포획 시 처리 원칙을 알아봤다.
양주 아파트 거실 이불 속에서 1m 넘는 뱀 발견 소동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http://yna.kr/AKR20260710039800518]◇ 119생활안전 출동 100건 중 15건은 동물포획…개·고양이 등 많아
119로 접수된 신고 중 상당수는 동물 포획과 관련돼 있다.
'2025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19생활안전출동 66만9천756건 중 동물 처리가 14.7%(9만8천258건)를 차지했다.
포획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동물은 개나 고양이, 조류, 고라니, 멧돼지, 뱀 등이다.
포획 후 처리 방법은 동물 종류에 따라 다르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고양이는 소유자가 확인되면 소유자에게, 유기·유실됐다면 지방자치단체나 관련 협회 등에 인계한다.
멧돼지나 고라니는 '위해 동물'로 분류돼 포획과정에서 주로 사살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도 멧돼지, 고라니, 꿩 등을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도심에서 자주 발견되는 멧돼지는 공격성이 높아 경찰과 공동으로 포획하고, 포획 과정에서 많이 사살된다고 소방청 측은 설명했다.
사살된 멧돼지는 관련법에 따라 폐기물로 처리한다. 고라니도 비슷하다고 소방청 측은 덧붙였다.
119에 신고가 들어오는 조류는 희귀·보호종이 많으며 이런 조류는 포획 후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 인계한다.

[서울 동대문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물과 별도로 벌이나 벌집 제거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2024년 119생활안전출동 중 45.5%(30만4천821건)가 벌 또는 벌집 제거 요청이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벌은 그 자리에서 약을 사용하거나 불로 태우는 방식으로 제거하지만, 민가가 가까워 불길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거나 하면 자루에 담아 다른 장소에서 제거한다"고 말했다.

[광주 서부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야생동물 포획 땐 적정 지역 방사가 원칙…일반 동물은 관계기관에 인계
소방청의 동물 처리 방식은 매뉴얼로 정해져 있다.
소방청의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는 각종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지침을 정리한 것으로, 동물 포획 대응 절차도 포함하고 있다.
해당 규정을 보면 '야생동물을 포획한 경우 관련 기관(단체)에 인계하거나 인근 야산 등 적정 지역에 방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 동물의 경우는 관계인이나 관련 기관에 인계'하도록 돼 있다.
야생동물인지 아닌지가 방사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인 셈이다.
다만 규정에는 '부상으로 보호가 필요한 경우 또는 멸종 위기종인 경우 관련기관(단체)에 인계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때는 예외가 인정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 서식 중인 뱀은 야생동물에 해당한다.
양주 가정집에서 포획한 뱀도 이러한 기준에 따라 방사했다고 소방청은 설명했다.
소방청 구조과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멸종위기종이나 부상 동물이 아니라면 방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는 방사 장소를 '인근 야산 등 적정지역'이라고만 적시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런 동물을 풀어줄 때는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지는 않은지도 고려한다"면서 "방사 장소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산 속 같은 곳을 골라서 하며 양주에서 포획한 뱀도 그런 곳에 풀어줬다"고 덧붙였다.
구렁이도 뱀과 마찬가지로 방사한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블랙킹스네이크는 비독성…외래종 방사 매뉴얼 마련 필요 지적도
경기도 양주의 한 가정집에서 포획된 뱀을 두고서는 길이가 1m에 달해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고, 해당 뱀이 외래종인 '블랙킹스네이크'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방사 때 생태계 교란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 이태원 한국양서파충류협회장은 사진 속 뱀 전신이 검은색이고, 머리 형태나 비늘 등을 볼 때 블랙킹스네이크가 맞는 것으로 판단했다.
블랙킹스네이크는 멕시코 등지에서 유래한 외래종으로, 독성은 없으며 다 자랐을 때의 길이가 1m 정도다.
이름에 '왕'(King)이 들어간 킹스네이크는 다른 뱀을 잡아먹는 특성이 있다.
블랙킹스네이크는 국내에선 애완용으로 인기 있는 종류여서 유기되기보다는 이웃집에서 기르던 중 사육장에서 탈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 해석이다.
이 회장은 블랙킹스네이크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독이 없어 사람이 물렸다고 해도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뱀은 물 때 이빨이 쉽게 빠지는 특성이 있어 만약 물렸다면 상처가 빨리 낫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잘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온라인상에서 지적하는 생태계 교란 가능성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킹스네이크류는 야생이 아닌 인공 상태에서 번식을 거듭했기 때문에 야생 질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은 작다는 점에서다.
또한 암·수컷이 집단으로 있으면 번식하면서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한 마리를 방사한 것으로는 대량 번식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미 성체 상태로 크기가 큰 만큼 야생에서 토종 생물을 포식하는 문제는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그렇다고 블랙킹스네이크를 계속 방사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 양서파충류의 애완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이런 외래종 포획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서 정부 기관이 공동으로 외래종 식별 및 인계 절차에 대한 표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포획 당시 뱀 종류까지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한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잘 모르는 뱀이 발견됐을 때는 지자체나 동물보호단체에 문의하고 방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포획한 동물을 자연에 풀어줬다가 논란이 된 일이 있었다.
인천 부평구 갈산동에서 대형 거북이 한 마리가 돌아다닌다는 주민 신고에 구청이 전문업체를 투입해 거북이를 포획한 뒤 인근 하천에 방사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거북이가 북미산 외래종인 늑대거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포획 업체는 늑대거북을 자라와 비슷한 야생동물로 오인해 방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에 서식하는 외래종인 늑대거북은 포식성과 공격성이 강하고 국내에 천적이 없어 생태계 교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관할 구청이 뒷북 포획에 나서기도 했다.
인천 공원에 생태계교란종 대형 거북 출몰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yna.kr/AKR20260710039800518]lucid@yna.co.kr
<<연합뉴스 팩트체크부는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factcheck@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