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생 초신성 데뷔전 퇴장'→오히려 웃은 이정효 감독 "벌금 내면 된다... 승리 축하금 받은 셈 칠 것" [수원 현장]

모경빈(3번)이 4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16라운드에서 퇴장당한 뒤 얼굴을 유니폼에 파묻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 삼성이 고비마다 빛난 베테랑의 헌신과 신예의 데뷔전 퇴장 악재를 팀으로 극복하며 값진 승점 3을 챙겼다. 이정효 감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선수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수원은 4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16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1분에 터진 강현묵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성남FC를 1-0으로 제압했다.

이날 수원은 전반 33분 만에 2007년생 유망주 센터백 모경빈이 데뷔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한 시간 가까이 수적 열세에 시달렸지만, 끝내 리드를 지켜내며 선두 부산 아이파크와 승점 동률을 이뤘다.

이정효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휴식기 동안 팀 문화를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오늘 경기를 치르면서 느낀 점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장에서 비겁하지 않고 동료와 팬들을 위해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프로다운 마인드를 보여줬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날 기쁨과 동시에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맞이했던 주역은 단연 깜짝 선발 데뷔전을 치른 수비수 모경빈이었다. 모경빈은 경기 초반 투지 넘치는 수비를 선보였지만, 전반 중반 경기 지연으로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며 퇴장당했다. 자칫 어린 선수의 커리어에 큰 상처가 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이 감독은 모경빈의 퇴장 당시에 대해 "선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번 일로 너무 좌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도 "다행히 모경빈이 이 경기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모경빈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동료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대신 뛰어주며 만들어준 것 같아 그게 오늘 가장 큰 수확이다. 팀으로 싸워준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정효 감독이 4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16라운드 경기 중 두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경기 후 모경빈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넸느냐는 질문에는 이정효 감독 특유의 유쾌한 뼈 있는 농담을 날렸다. 이 감독은 "팀 규율대로 벌금은 내야 한다. 벌금을 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며 웃더니 "그래도 승리한 데뷔전은 선수에게 절대 쉽지 않은 경험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축하금 받은 셈 치고 벌금을 내면 될 것 같다"며 제자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위기 상황에서 모경빈의 공백을 메운 것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베테랑 홍정호였다. 당초 부상 복귀전인 만큼 출전 시간을 철저히 제한하려 했지만, 수적 열세로 인해 투입 시기가 앞당겨졌다. 이 감독은 "긴 레이스를 보기 위해서는 홍정호를 미리 투입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오늘 30분 정도만 소화하게 할 생각이었다"며 "전반이 끝나고 홍정호에게 상태를 물어봤는데, 팀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겠다는 마음이 강력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어린 친구들이 큰 에너지를 받고 마지막까지 잘 버텨낼 수 있었다. 홍정호가 왜 베테랑인지 본인의 클래스를 증명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후반 28분 역습 상황에서 홍정호가 문전까지 올라와 슈팅을 시도하다 빗맞았던 장면에 대해서는 "본인 판단으로 올라간 것"이라며 "다행히 경기가 1-0 승리로 끝나서 그 장면은 앞으로 재미있는 짤(영상)로 두고두고 놀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들 좋아할 것"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정효 감독은 수적 열세 속에서도 공격 전개가 날카로웠던 비결로 휴식기 동안 진행된 고강도 훈련을 꼽았다. 그는 "3주 내내 파이널 서드 지역에서 어떻게 공간을 만들고 골을 넣을지에 대한 훈련 프로그램을 정말 힘들게 소화했다. 골을 넣기 위한 목적의 훈련이었지만, 동시에 수비 훈련까지 함께 되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선수들이 힘들어도 연습을 착실히 잘 따라와 줬기에 팀에 끈끈함이 생겼다. 내려서는 수비에 대해 연구하고 영상 미팅과 피드백을 수없이 거쳤다. 분석팀과 코칭스태프가 성남전을 정말 잘 준비해 준 덕분에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강현묵(17번)이 4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16라운드에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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