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돕다 표적 된 재일동포 변호사…“소수 지키는 소수에 대한 이중차별”

1일 김영공 변호사가 일본 사이타마현 와라비중앙법률사무소에서 일본 내 혐오·차별 발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홍석재 도쿄특파원 forchis@hani.co.kr

일본에서 혐오·차별 발언을 막기 위한 이른바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외국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 언행 해소 추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3일로 만 10년이 됐다. 벌칙 조항이 없는 선언적 법률이어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법무성이 접수한 헤이트스피치, 외국인 차별 등 인권침해 사건은 지난해 70건을 비롯해 최근 수년간 매년 100건 안팎에 이른다. 이마저도 법무성이 공식 접수해 구제 절차를 시작한 사례만 집계한 것이어서, 일상 속에서 횡행하는 헤이트스피치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1일 사이타마현 와라비시에서 만난 재일동포 김영공 변호사는 재일 쿠르드족에 대한 소송에 참여했다가 일본 우익들로부터 이중의 ‘헤이트스피치’(혐오·차별 발언)를 듣고 있다. 그가 나고 자란 사이타마현 와라비시에서는 최근 수년간 이곳에 집단 거주하는 재일 쿠르드족을 향한 일본 우익들의 극심한 인종 차별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는 “변호인단에 일본인들도 있지만 우익들은 소수자이자 조선학교 출신인 저를 집중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소수자를 지키려는 다른 소수자에 대한 이중 차별이자 ‘관계자 차별’”이라고 말했다.

그에 대한 공격은 2024년 11월 시작됐다. 재일 쿠르드인들로 구성된 ‘일본 쿠르드 문화협회’가 협회 사무실 근처에서 우익들의 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자 우익의 칼날이 엉뚱하게 김 변호사를 향했다. 이들은 김 변호사의 얼굴 사진과 함께 “조선인 변호사 김영공이 일본에서 쿠르드족을 옹호하며 일본인을 배척한다”는 거짓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김 변호사 사무실에 항의 전화를 걸거나, 인터넷으로 법률사무실에 대한 ‘별점 테러’를 벌이기도 했다. 혐오·차별 피해자 보호에 나선 김 변호사한테까지 혐오 공격을 하는, 이른바 ‘관계자 차별’을 벌인 것이다.

최근 김 변호사는 비방글을 반복적으로 올린 누리꾼에게 720만엔(약 6800만원) 배상을 요구하는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그는 지난달 20일 법원에 낸 의견진술서에서 “혐오 발언은 개인의 존엄을 훼손하고 다른 약자들에게 ‘우리도 언제든 공격당할 수 있다’는 위축 효과를 가져온다”며 “이를 방치하면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 더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라비에서는 쿠르드족이 정착하기 이전 재일동포들이 차별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김 변호사가 고향에 유일한 법률사무실을 차리자고 마음먹은 것도 재일동포로 조선학교를 다녔던 개인적 경험이 반영됐다. 그는 “와라비에는 체류 외국인들이 많은데, 이들이 곤란할 때 의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내 혐오·차별 문제를 추적해온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는 한겨레에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이 혐오·차별 발언이 범죄 행위라는 걸 확인하는 의미가 있지만 폭력 행위인 헤이트스피치를 실제 처벌할 수 있는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와라비(사이타마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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