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특정·고의성 입증·사회적 평가 저하 여부가 관건
"모욕 고의 입증 쉽지 않아" vs "적어도 미필적 고의 인정"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사과문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6.5.26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김빛나 이승연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가운데 정 회장을 포함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관련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관심에 쏠린다.
법조계에선 문제가 된 문구가 단순히 비윤리적인 수준을 넘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등 구체적인 요건을 갖춰야 법적 책임이 인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경찰은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에게 모욕 또는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지난 18일 텀블러 프로모션을 하는 과정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5·18 유공자나 유족 등을 비하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 혐의가 성립하려면 우선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
마케팅 문구를 접한 사람이 누구를 향한 표현인지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해당 표현이 구체적 사실 적시를 통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거나 비하·경멸 등 모욕적 성격을 띠어야 한다.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려는 고의 역시 입증돼야 한다.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지와 문구가 비하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규명하는 작업이 우선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표현 자체가 모욕이나 명예훼손의 요건을 갖췄는지 판단한 후에야 정 회장과 손 전 대표의 책임 여부를 따지는 수순일 것이란 취지다.
이 변호사는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면 마케팅 문구를 작성한 실무자를 주범으로 보고 정 회장 등 결재라인을 '공범'으로 묶을 수 있을지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실제 정 회장과 손 전 대표에게 형사책임을 묻고 이를 토대로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특정한 사건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경건하지 못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회적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한 측면은 있어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표현 자체에 욕설이 있는 게 아니라 모욕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박인숙 변호사는 "날짜가 특정되고 '탱크'라는 말이 들어간 이상 누구나 그 의도를 알 수 있다"며 "유족들에게 슬픈 이날을 마치 사은품을 주는 축제처럼 만든 것으로,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인정될 것 같다"고 짚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관련,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여러분들의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정 회장은 "스타벅스 직원들, 성실한 직장인일뿐…따뜻하게 봐달라"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2026.5.26 ksm7976@yna.co.kr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피해자가 곧바로 특정되는지도 관건이다.
형사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문제의 문구가 겨냥하는 게 5·18 피해자인지, 그 유가족인지부터가 명확하지 않다"며 "과거 특정 직군을 상대로 한 성희롱성 발언에 대해 대법원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설령 혐의가 성립하더라도 마케팅 기획자를 넘어 정 회장과 손 전 대표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실무진에게 처벌 가능성이 없진 않다"며 "과거 세월호 추모 기간에 어묵을 먹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정 회장 등 윗선에도 처벌 가능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고의성이 없었다는 스타벅스 측 입장이 터무니없게 들리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서울고법 판사 출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는 고의성이 있어야 성립하는데, 상식적으로 정 회장 등이 5·18 피해자나 유족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