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시간 다시 오지 않아”…불안 안고도 학교 밖 나서는 교사들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통일교육버스’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쓴 소감문. ㄱ교사 제공

“아이들의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아요.” 20년 넘게 교직생활을 해온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 ㄱ교사는 최근 학생 22명과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통일교육버스’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온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ㄱ교사는 “배움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기억에 남는다”면서도, “학교 밖으로 나가는 일이 개별 교사의 의지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관내 학교의 현장체험학습은 3년새 급격히 줄었다. 20일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서울 초·중·고 1331개교 가운데 비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2023년 1150곳(86%)에서 올해 407곳(31%)으로 줄었다. 특히 초등학교의 감소 폭이 컸다. 서울 초등학교 605곳 중 비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2023년 598곳(99%)이었지만, 올해는 156곳(26%)에 그쳤다. 최근 아이들의 안전을 이유로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지만 불안을 감수하더라도 ‘학교 밖 배움’을 경험해야 한다며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이 있다.

ㄱ교사가 신청한 ‘통일교육버스’는 서울시교육청이 안전 요원 배치, 버스 임차, 여행자 보험 가입 등 각종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사회 교과 연계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이다. ㄱ교사는 “현장체험학습을 교사가 준비하려면 버스 입찰, 식당 점검 등 할 일이 너무 많았는데 그걸 덜어주고 안전 인력도 지원해주기에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소감문에 “이게 얼마만의 체험학습인가… 4학년 이후로는 체험학습에 가지 않아서 다들 체험학습에 목말라있던터라, 체험학습 소식을 들었을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었다”고 기쁨을 썼다. 또 다른 학생은 “현장체험학습을 정말 오랜만에 가는 거라 아주 설레기도 하고 떨렸다”며 “버스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기대와 기쁨이 멈추질 않았다. 잊을 수 없는 하루”라고 적었다. 이 학급의 사례를 보고 다른 학급들도 지자체 지원을 받아 현장체험학습을 나가기로 결정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통일교육버스’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쓴 소감문. ㄱ교사 제공

서울의 또 다른 공립초등학교 6학년 담임 ㄴ교사도 지자체 지원을 받아 진로체험시설을 다녀왔다. 구청이 버스 임차와 안전 인력 배치 등을 지원한 프로그램이었다. ㄴ교사는 “안전 인력이 아이들을 앞에서 인솔해주니, 뒤에서 이탈하는 아이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ㄴ교사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학급 학생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법원, 전 남영동 대공분실 등을 다녀왔다. 그는 “학교 밖 배움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눈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민원,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 책임 한계 등 초중고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우려가 빗발치며 현장체험학습이 급감하고 있지만, 일부 교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학교 밖으로 나선다. 행정 부담을 덜어주는 지자체나 교육청의 지원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학부모와의 신뢰 형성이 더 큰 뒷받침이었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ㄱ 교사는 앞서 3월 학부모총회에서 체험학습 취지를 설명했고 학부모들은 응원을 보냈다. ㄱ교사는 “아이들, 학부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육청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관리자인 교장의 지지도 컸다. 그는 “곧 학급아이들과 숙박 수련프로그램도 계획을 하고 있는데 안전 때문에 고민을 하니 교장 선생님이 선뜻 함께 가주겠다고 했다”며 “위축된 분위기를 알지만 현장에는 고민하는 교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ㄴ 교사도 “준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학부모의 민원 대신 신뢰를 받으며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아이들과 하루 있었던 일들을 사진으로 학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한다. 학부모 한 분이라도 사진에 대해 아이 표정이나, 사진의 개수 등으로 민원을 넣을 경우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하니 민원이 하나도 없었다”며 “그렇게 몇 년동안 아이들과의 학교 생활을 공유 하면서 학부모들과 라포를 형성하는 노하우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관리 책임을 교사에게만 지우는 구조가 있는 한 교사들은 불안하다. ㄱ교사는 체험학습 전날까지도 “아이들과 함께 각각의 종교에 기대 (안전을) 기도했다”고 했다. 사고가 나면 결국 담임인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ㄴ교사 역시 “제가 운이 좋은 사람이길 빌었다”며 “운이 좋아서 저희 학급에 사고가 안 나기를 바랬고, 혹시 운이 좋지 않아 사고가 나면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초등학교 ㄷ교사는 학년별 현장체험학습을 학교 주변 도보권 안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학교 주변 키즈카페, 안전체험관 등을 활용하는 식이다. ㄷ교사는 “버스를 ‘안' 타는 게 아니라 ‘못'타는 것”이라며 “버스 이동 중 사고가 나거나 학생이 이탈하면 교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 임차 지원은 행정 업무를 덜어주는 것이지 책임을 덜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교원단체들은 학교 안전사고에서 교사의 법적 면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 적용을 제외하라”고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이날 “현장체험 및 교육활동 보장을 위한 법적 면책 확립하라”며 법적 보호체계 구축과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어제 안동에 갔더니 학생들이 ‘체험학습 가게 해주세요’, ‘수학여행 가게 해주세요’라고 하더라”며 “안전관리 책임을 왜 교사한테 개별적으로 떠넘기나. ‘네가 희생해라' 이러면 안 되고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라”고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에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법제화를 포함해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며 “이후에도 이런 우려들이 없게 더 많이 현장과 소통하고 찾아가겠다”고 했다.

박정연 기자 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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