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의 ‘기업금융 명가 재건’…우리금융, 체질 전환 속도 [생산적 금융, 성장의 길을 열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금융권이 앞다퉈 투자금융 확대와 혁신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말뿐인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자금 공급과 조직 개편으로 실행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가계대출 중심의 수익 구조를 기업·투자금융으로 전환하려는 이번 움직임이 실질적인 산업 생태계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투데이는 다음달 18일 서울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리는 '2026 대한민국 금융대전(머니 리밸런싱: 돈의 길을 바꿔라)'을 앞두고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생산적 금융 전략과 추진 현황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5년간 생산적·포용금융 80조 공급…기업대출 비중 60% 목표
국민성장펀드 10조·자체투자 7조·융자 56조로 실물경제 지원
회장 주재 협의회 가동…KPI·투융자 전담조직으로 실행력 강화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생산적 금융 전략을 앞세워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나섰다.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자금 흐름을 첨단전략산업과 혁신기업, 중소·중견기업으로 돌리고 은행·증권·자산운용·벤처캐피털(VC)·프라이빗에쿼티(PE) 등 그룹 계열사의 기업금융 역량을 결집하는 방식이다.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생산적 금융은 기업금융 명가인 우리금융이 가장 자신 있게,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재선임된 직후에도 별도 취임식 대신 첨단전략기업 현장 방문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임 첫 행보부터 혁신기업 현장을 찾은 것은 우리금융의 체질 전환을 기업금융과 생산적 금융 중심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임 회장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내세우는 데는 은행의 전통적 기업금융 기반이 작용했다. 전신인 대한천일은행과 상업은행, 한일은행 계보를 거치며 기업·상공인 금융에 강점을 쌓아왔고 이 같은 기업금융 DNA를 생산적 금융 전략으로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지난해 9월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5년간 총 80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금융을 공급에 나섰다. 생산적금융에 73조원, 포용금융에 7조원을 배정했다. 생산적 금융을 통해 기업 성장자금을 공급하고, 포용금융으로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세부적으로 생산적금융 73조원은 국민성장펀드 참여 10조원, 그룹 자체투자 7조원, 융자 56조원으로 구성됐다. 그룹 자체투자 7조원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투자금융 전환의 핵심 축이다. 우리금융은 그룹 공동투자펀드 1조원, 증권 중심 모험자본 투자 1조원, 자산운용 계열사의 생산적 금융 펀드 5조원 등을 통해 대출 중심 지원을 투자와 펀드 방식으로 넓힌다. 은행 여신에 증권·자산운용·VC·PE 등 비은행 계열사의 투자 기능을 결합하는 구조다.

실제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1월 2000억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1호 펀드를 출시하며 그룹사 공동 모험자본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이 펀드는 우리은행·우리투자증권·보험·캐피탈 등 주요 자회사가 직접 출자해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바이오·백신, 항공우주·방산 등 10대 전략산업에 집중 투자한다. 지난 3월에는 5000억원 규모 ‘우리 지역발전 인프라펀드’를 조성해 해남 태양광, 고창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지역 인프라 투자로 생산적 금융의 범위를 넓혔다.

융자 56조원은 첨단전략산업과 수출기업, 혁신 벤처기업에 집중된다. 세부적으로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방산 등 첨단전략산업을 대상으로 한 K-Tech 프로그램에 19조원, 지역소재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16조원, 혁신 벤처기업 지원에 11조원, 국가주력산업 수출기업 지원에 7조원, 중소기업 첨단인력 양성과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3조원을 각각 배정했다.

실행체계도 가동 중이다. 우리금융은 회장이 주재하고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지주 임원이 참여하는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를 통해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고 있다. 협의회는 증권·자산운용·은행 IB·PE 등 그룹 내 기업금융과 리스크관리 역량을 모아 딜 발굴, 사전 심사, 구조화 등 투자 전 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은행 조직도 생산적 금융 실행에 맞춰 손질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IB그룹과 기업그룹에 투·융자 전담조직을 각각 신설했다. 이를 통해 AI·반도체·이차전지 등 10대 첨단전략산업 중심의 유망 산업에 그룹 계열사와 함께 투자하고, 지역성장기업과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성과평가에도 생산적 금융을 반영한다. 우리금융은 자회사별 성과평가에 생산적·포용금융 배점을 최대 30% 비중으로 신설하고, 첨단전략산업 및 관련 생태계 여신 지원 시 핵심성과지표(KPI) 평가 우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공급 목표를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 그룹사가 생산적 금융 확대에 참여하도록 제도적 유인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금융 중심의 영업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4% 수준이던 기업대출 성장률을 향후 10%까지 끌어올리고 기업대출 비중도 현재 50%에서 6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임 회장은 “생산적금융은 우리금융이 기업금융 명가로서 축적해 온 노하우와 강점, 종합금융그룹 완성을 통해 진용을 갖춘 자회사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에 앞장설 것"이라며 "프로젝트 완수를 통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를 이뤄 우리금융 지속성장의 기반도 다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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