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가 된 신뢰, 고개 숙인 업계

제일제당·삼양사 대국민 사과

제분협회 탈퇴·재발방지 약속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가격 담합행위에 대해 역대 최대규모인 67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초강도 제재를 내리자 제분업계가 일제히 사과하며 준법체계 강화조치에 나섰다. 적발된 기업들은 내부 시스템 관리가 미흡했음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20일 CJ제일제당은 공정위의 제재조치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공정한 식품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아가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경쟁사와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제분협회를 탈퇴하기도 했다.

삼양사 역시 해당 시장에서 지위와 영향력이 제한적인 사업자였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내부관리의 미흡함을 전적으로 인정했다. 삼양사 측은 "일부 B2B(기업간 거래) 영업관행과 내부관리 체계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가격정책과 영업활동 전반에 대한 내부기준과 의사결정 절차를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와 준법체계 강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20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약 6년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된 제분사 7곳을 제재했다. 공정위는 20일 대한제분·씨제이제일제당·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 7곳의 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담합 사건 사상 최대인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앞서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설탕가격 담합 건으로도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평균 1300억원대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경기불황 속에서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에 밀려 제품가격을 동결하던 와중에 설탕과 밀가루 등 담합 과징금이 더해지며 재무부담이 한층 무거워진 모양새다. 여기에 사정당국을 중심으로 담합기업에 대한 '구조적 조치'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식품업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구조적 조치'는 기업분할명령처럼 독점적 시장지위를 가진 기업의 소유구조나 사업형태 자체를 강제로 바꾸는 시정조치를 의미한다.

이같은 초강도 압박을 받게 된 제분업계는 사과문 발표 외에도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며 납작 엎드린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담합 조사와 물가안정 압박이 이어지던 지난 1월 업소용 밀가루 가격을 4% 인하한 데 이어 2월에는 업소용과 소비자용 전제품 가격을 최대 6% 내리는 등 선제적인 가격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삼양사 역시 지난 2월 소비자용(B2C)과 업소용(B2B)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각각 평균 4~6%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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