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 실현·리밸런싱 여파, 하루 새 순매도 3조원 육박
치솟은 美 국채금리 한몫… 변동성 지수 석달째 '패닉'
20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62.71포인트(0.86%) 내린 7208.95에 거래를 마쳤다. 차익실현, 미국 금리급등 외에 삼성전자 노사갈등, 메모리 피크아웃(정점통과) 우려 등이 겹치며 장중 7100선 아래로 내려가는 등 변동성이 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2조928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7041억원, 1조1121억원 규모를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은 최근 10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으로 지난 7일 이후 누적 순매도 규모는 44조4257억원에 달했다. 또 올해 93거래일 가운데 60거래일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무차별적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아닌 철저한 선택과 집중이 나타났다"며 "외국인이 주도주를 무조건 들고 있었거나 반대로 시장 전체를 이탈한 게 아니라 시가총액 상위종목군에서도 일부 과열종목은 주식수를 줄여 이익을 확정하고 성장성이 유효한 핵심기업 19곳엔 오히려 주식수를 늘리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리밸런싱뿐 아니라 지정학적 위기감 여파로 최근 급등한 미국 국채금리는 외국인 매도세를 가속화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19일(현지시간) 미 국채 30년물은 5.198%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공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62%는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1999년말 수준인 6%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로 돌아서기 위해선 미국 금리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의 일반적인 목표수익률이 5~6% 수준인데 미국 장기채만 보유해도 비슷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면 외국인에게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타국의 주식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금리상승 국면이 지속되면 그간 랠리를 주도한 AI(인공지능) 설비투자와 관련주의 밸류에이션 상향이 수그러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데이터센터 등 AI시설에 투자할 때는 대출이나 채권발행을 이용한다"며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리가 높아지면 재무적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에 올해 국내 증시는 높은 변동성을 유지한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71.37로 7거래일 연속 70을 넘었다. 보통 50을 웃돌 경우 '패닉' 수준으로 여기는데 이달은 일평균 67.91이다. 3월(평균 62.51)과 4월(평균 54.21)에 이어 석 달째 패닉 수준인 셈이다. 대형주 쏠림현상에 ETF(상장지수펀드)의 거래급증으로 구조적으로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증권가에선 하반기에도 높은 변동성을 예상하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28.29포인트(2.61%) 내린 1056.07에 마감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565억원, 13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2023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