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급 배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 예정일을 불과 1시간여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은 일단 피하게 됐다. 다만 양쪽이 한시적인 성과급 배분 방식에 합의하면서 갈등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한 협상 과정에서 누적된 노사 간 불신과 노-노 갈등, 반도체(DS) 사업 부문과 완제품(DX) 사업 부문 간 분열을 봉합해야 하는 점도 과제로 남게 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3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조정 결렬을 선언한 뒤, 오후 들어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주재한 막판 협상 끝에 이견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우선 양쪽은 노사가 합의한 사업 성과의 12%(성과인센티브+특별경영성과급)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되 이 가운데 특별경영성과급 재원(10.5%)은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임직원 보상과 회사의 중장기 가치 상승을 연동하려는 방안으로, 자사주에는 매각 제한 기간이 붙는다. 개인 연봉의 50%까지였던 기존 성과급 상한은 향후 10년간 두지 않기로 했다.
애초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개인 연봉의 50%까지인 기존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했다. 반면 사쪽은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는 선에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되, 연간 영업이익 200조원을 달성하거나 국내 업계 매출액 1위를 달성할 경우에만 특별포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논의를 거듭한 끝에 접점을 찾았다.
성과급 재원 기준을 두고도 양쪽이 한발씩 물러났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과 연동해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쪽은 ‘제도화 불가’ 입장이었으나, 새 성과급 합의안을 10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사업 부문 내 성과급 배분 방식은 협상 막판 최대 쟁점이었다. 노조는 반도체 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사업부와 무관하게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배분하자고 요구해왔다. 사쪽은 성과주의 원칙을 앞세워 실적을 낸 메모리 사업부에 보상을 집중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조정 결렬 4시간 만에 김영훈 장관이 노사 협상을 주재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긴급조정권 발동을 거듭 시사하는 등 파업을 막기 위한 정부 압박이 이어지면서, 양쪽이 한발씩 물러섰다. 1년간 성과급 재원 40%를 반도체 부문에 똑같이 나누고 60%는 흑자 사업부에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좁히며 극적 타결에 도달했다. 대신 2027년부터 적자 사업부에는 성과급 공통 지급률의 60%만 지급한다는 데 노사는 잠정 합의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새 성과급 제도를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하면서 성과급 배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업황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불황을 이유로 사쪽이 제도 축소나 재조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잠정 합의안에는 최소 영업이익 달성 시에만 특별경영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단서 조항이 담겨 있다.
길었던 노사 협상 과정에서 깊어진 양쪽의 갈등의 골을 메워야 하는 것도 숙제다. 성과급 배분 논의에서 소외된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 부문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일 역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노사 협상 과정에 언급되지 않았던 상생 협력 방안도 숙제로 남았다. 이날 삼성전자 노사는 상생 협력을 위한 재원 조성 및 노사 공동 프로그램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배지현 박종오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