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최고수준' 협력 과시…다극 세계질서 한목소리(종합)

미중회담 6일만에 같은 장소서 중러회담…같은달 미러 정상 방중 처음

시진핑 "공정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중동 전쟁 중단 시급"

푸틴 "양국 관계 전례없는 수준…中에 석유·가스 공급 가능"

공동성명서 '北에 대한 압박·유엔 안보리 안 거친 일방적 제재 반대' 강조

중러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한 뒤 '세계 다극화와 새로운 국제관계 제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베이징·이스탄불=연합뉴스) 한종구 김현정 김동호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다극 세계질서 구축을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6일 만에 같은 장소에서 개최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같은 달 중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으로, 비서방 진영의 대표 국가인 중러가 미국 중심 '일극 국제질서'에 맞서 다극 질서 구상을 천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소수 참모만 배석한 소인수 회담과 확대회의를 잇달아 진행한 뒤 '세계 다극화와 새로운 국제관계 제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골든 돔' 구상이 국제 안보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여 확대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북한에 대한 압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고 강조했으며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에 대해서도 지역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중러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을 환영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양국 정상은 회담 내내 중러 관계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며 전략적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 일행을 향해 '친구들'(朋友們)이라고 지칭한 뒤 "중러 관계가 오늘날의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상호 신뢰와 전략 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해왔기 때문"이라며 "각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국제 공정과 정의를 함께 수호해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국제 정세는 혼란과 변화가 뒤엉켜 있고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의 역류가 횡행하고 있다"며 "평화를 추구하고 발전을 도모하며 협력을 촉진하려는 것은 여전히 민심의 방향이자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관점에서 더 높은 수준의 전면적 전략 협력을 통해 각국의 발전과 부흥을 도와야 한다"며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유엔과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을 거론한 뒤 "전후 국제질서와 국제법 권위를 수호하고 글로벌 사우스를 결집해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도 중러 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양국 관계가 국제관계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 주석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른 뒤 "중국에는 '우리가 만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치 세 번의 가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있다"며 중국 고사성어인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를 언급해 친밀감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견고함과 안정성은 여러 차례 시험대에 올랐지만 변함없이 유지돼왔다"며 "양자 관계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도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모든 참여국의 이익 균형을 바탕으로 한 다극적 세계를 형성하는 복잡한 과정이 진행 중"이라며 "중국과 함께 문화와 문명의 다양성을 수호하고 각국의 주권적 발전 권리를 존중하며 보다 공정하고 민주적인 세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러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양국 정상은 중동 정세와 에너지 협력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시 주석은 중동 문제와 관련해 "전면적인 휴전은 한시도 미룰 수 없고 전쟁 재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쟁 조기 종식은 에너지 공급 안정과 산업망·공급망의 원활한 흐름, 국제무역 질서 교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중국의 주요 에너지 공급국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공급하는 '시베리아의 힘-2' 프로젝트와 관련해 양국 간 논의가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과 협정 서명식에 이어 '중러 교육의 해' 개막식에 함께 참석하며 밀착 행보를 이어갔다.

신화통신은 양국이 이번 방문 기간 경제·무역·교육·과학기술 등 분야에서 총 40건의 협력 문서를 체결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9월 베이징 전승절 80주년 행사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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