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곤 |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지질공학 박사
최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에이(A) 노선의 핵심 거점인 삼성역 구간 지하 공사에서 철근이 누락되는 시공 오류가 발견됐다. 서울시는 “현대건설이 설계도면의 해석을 잘못한 결과”라고 설명하지만,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똑같은 부실이 반복된 것이다.
지난해 3월 서울 명일동(지하철 9호선)에서, 4월에는 경기도 광명 일직동(신안산선)에서 발생한 터널 붕괴와 그로 인한 도심 대형 ‘지반 함몰’(싱크홀)로 각각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참사들에 대해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가 근래에 밝힌 중요 원인은 공교롭게도 똑같이 ‘편마암 지층 내 단층에 대한 대응 미흡’이다. 그동안 국내 터널과 지하 굴착 공사 시 붕괴의 중요 원인이 단층이라고 계속 지적되어 왔는데도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건, 세계적인 토목 기술을 자랑하는 국내 토목 분야에서 지질 조사가 소홀히 다루어지는 현실을 보여 준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국토의 약 40%를 차지하는 편마암 지반의 특성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42억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수차례 지각 변동을 거친 편마암은 암반이 여러 방향으로 끊긴 단층이 불규칙하게 발달해 있어 베테랑 지질 전문가조차 예측하기 매우 까다롭다. 특히 단층 사이에는 암석 가루와 점토가 채워져 있어 지하수를 만나면 진흙처럼 변하며 터널 공사 시 순식간에 붕괴로 이어진다. 이런 단층을 찾겠다며 사고조사위원회가 제시한 방안은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확대하고, 시추 지질 조사 간격을 기존 100m에서 50m로 단축하는 것인데 이는 단층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미봉책이다.
우선 지표투과레이더는 탐사 범위가 지표 아래 약 2m 정도에 불과해서 수십m 아래 터널 붕괴 징후 파악에 부적합하다. 그리고 시추 지질 조사 간격을 50m로 좁히는 것 역시 정밀도는 다소 높아지겠으나, 시추공 사이 50m 구간에 숨어 있는 단층을 놓칠 위험은 여전하다.
불충분한 시추 지질 조사를 보완하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시공 중에 실시하는 ‘터널 굴착면 정밀 지질 조사’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1970~90년대 서울 지하철 건설 당시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에는 지질 전문가가 현장에 상주하며 터널이 1m 전진할 때마다 터널 굴착면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단층의 위험성을 판별해 즉시 보강 공법을 수정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효율성과 비용 절감 논리에 밀려 이 조사는 지질 전문가의 참여 없이 비전문가의 개략 조사로 전락하거나 아예 생략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해외 선진국은 토목 공사비의 1~3%를 지질 조사에 투입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 10분의 1 수준인 0.1~0.5%에 불과하다. 낮은 인식과 부족한 예산이 부실 지질 조사와 붕괴 사고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사고조사위원회가 간과한 두가지 핵심 대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 주도의 ‘3차원(3D) 땅속 지질공학 지도’ 구축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이미 1970년대부터 대도시 땅속 지질공학 지도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해왔다. 필자가 1998년 서울의 시추 데이터 약 1만개를 수집해 국내 최초로 3차원 지질공학 지도를 작성한 바 있으나, 정책적 관심 부족으로 후속 조치가 미미했다. 개별 터널 노선만 파편적으로 조사해서는 주변 지질과의 입체적인 연결성을 알 수 없다. 추가적인 대규모 예산 없이도 기존 터널이나 지하 굴착공사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통합하면 단층의 발달 방향과 위험도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며, 이는 건설 현장의 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강력한 안전 지도가 될 것이다.
둘째, 지역 주민과 외부 전문가가 공사 과정에 참여하는 ‘안전 배심원제’ 도입이다. 일직동과 명일동 현장 모두 사고 전 감사원과 전문가가 위험을 경고하거나 주민들이 붕괴 징후를 제보한 ‘골든타임’이 있었다. 더군다나 ‘중대재해처벌법’과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 중임에도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은 폐쇄적인 행정과 안일한 안전 의식 때문이다. 시공 전 설계부터 사고 조사까지 지역 주민과, 주민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가 배심원으로 참여해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현장의 위험 신호가 묵살되는 비극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