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 소송에서 피해자 쪽을 대리하던 권경애 변호사가 재판 불출석하여 항소 포기로 간주한 사건에서 피해자 쪽 요구에 따라 항소 포기 간주가 적법했는지 심리하는 재판이 3년 만에 열렸다. 이날 피해자 쪽은 권 변호사의 증인신문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증인신문의 필요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서울고법 민사8-2부(재판장 오영상)는 20일 고 박주원씨의 어머니 이기철(56)씨가 학교법인과 가해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변론기일을 다시 열었다. 해당 재판은 2022년 이씨를 대리했던 권 변호사와 피고 모두 변론 기일에 3번 불출석하면서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했다. 민사소송법은 변론기일에 양쪽 당사자가 3번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거로 간주한다. 소 취하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기일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정한 민사소송규칙에 따라 이날 재판이 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10여명의 가해자 가운데 1명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어 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는데, 가해자 쪽이 항소하고 권 변호사는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항소심에선 이마저도 원고 패소로 변경됐다.
이씨 쪽은 권 변호사의 증인신문 필요성을 주장하며 기일 지정 신청을 했다. 이날 법정에서 이씨 대리인은 “권 변호사가 개인적인 의도를 갖고 (재판에) 불출석하고 변론기일을 (이씨에게) 알려주지 않은 정황이 있다”며 “증인신문을 거쳐 의도가 확인되면 절차적 불이익을 (저희에게) 귀속시키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실상 이씨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권 변호사의 불출석 행위는 매우 잘못된 것”이며 “원고 쪽에서 증인 신청하는 그런 심정에 대해선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률은 당사자가 불출석한 경우 경위 고려 없이 불출석 요건이 발생한 것만으로 항소 취하로 간주하는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며 “증인신문 필요성까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이씨는 “‘세번 불출석은 항소 취하로 간주한다’는 간단한 문장으로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냐”며 “그게 사법부의 최선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6월24일 선고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심리 끝에 이씨 쪽 신청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소송 종료를 선언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고, 신청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소 취하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