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과 함께 앱 탈퇴를 인증하는 이른바 ‘탈벅 운동’에 나선 가운데, 이 과정에서 까다로운 선불 충전금 환불 약관으로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서 법정 소송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인다. 정치권과 문화계에서도 각각 ‘스타벅스 자제령’과 공연 부스 운영 취소가 이뤄지는 등 이번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양상이다.
20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 앱에서 탈퇴했다는 인증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마케터로 일하는 ㄱ(30)씨는 20일 한겨레에 “이번 프로모션이 한 사람의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책상 위 스타벅스 굿즈를 치우는 것만으로는 분노가 해소되지 않아 지표로 잡히는 탈퇴 회원 수라도 늘리자는 마음에 탈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아무개(28)씨는 “최근 5년간 스타벅스에서 쓴 돈만 300만원이 넘을 만큼 애용했지만 이번 논란 직후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직장인 신형선(44)씨도 “5·18 민주화운동을 건드리는 마케팅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원 탈퇴 과정에서 선불 충전금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전액 환불·탈퇴가 가능한 약관 때문에 날 선 소비자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스타벅스 ‘골드 등급’인 직장인 박수지(32)씨는 “스타벅스 카드에 잔액이 남아 있어 탈퇴가 불가능해 환불을 진행하려고 보니 남은 20여만원 중 60%를 써야 전액 환불이 된다고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관에 대한 소송 움직임도 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상 선불형 충전금에 대해 60%를 사용하면 잔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지만, 이번같이 특별한 경우 소비자 피해 없이 탈퇴할 수 있게 표준약관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조만간 스타벅스를 상대로 약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여파는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탱크데이 마케팅’을 겨냥해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있나 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이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경기도 여주에서 열린 현장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분들과 후보자들은 스타벅스 출입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매우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스타벅스 출입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페이스북에 ‘이제 내 사전에 스타벅스는 없다’며 스타벅스 로고가 인쇄된 종이를 불로 태우는 영상을 올렸다. 국민의힘도 유감의 뜻을 내비쳤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런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이날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오는 22~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제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 2026’에서 스타벅스 부스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은 국내 대표 야외 음악 축제 가운데 하나로, 스타벅스는 공연 때 부스를 차려 방문객 대상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조희연 기자 choh@hani.co.kr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