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투자자들이 10거래일 연속 조 단위의 순매도를 이어가며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에 고금리·고환율 위기까지 겹치며 코스피 하방이 뚫리자, 그간 코스피 활황에 ‘빚투’(빚내서 투자)로 증시에 뛰어들었던 개미들의 반대매매 공포도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 수치를 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86% 하락한 7208.9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 장중 8000을 넘어섰던 코스피는 불과 3거래일 만에 장중 7000선까지 떨어지며 급락세를 연출했다.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도 3조원을 순매도하며 10거래일 연속 조 단위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외국인의 순매도 총액은 38조원으로, 월간 기준으로 코스피 역사상 최대치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대거 빠져나갔던 지난 3월(35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단기 급등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차익 실현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지만, 외국인 매도의 규모가 크고 빠르게 이뤄진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코스피 상승장을 이끌던 반도체 업종 관련해서는 대내적으로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협상 잡음, 대외적으로 메모리 칩 제조업체 시게이트가 불붙인 ‘메모리 고점’ 논란 등 이슈도 외국인 복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언급된다. 특히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원화가치 절하) 악재도 겹쳤다.
그동안 빚을 내어가며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한 자리를 채우던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 하락으로 인한 공포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15일 코스피가 6% 급락한 여파로 다음 거래일인 18일 주식을 ‘초단기’ 외상으로 매수하는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강제 청산) 비중은 6.0%까지 치솟았다. 이는 중동 사태 직후 코스피가 폭락했던 다음날인 3월5일(6.5%) 이후 최대 수치다. ‘빚투’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말부터 35∼36조원을 유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