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 조사 시작…용존산소·pH·전기 전도도·탁도 등 측정
잠수부 투입해 바닥층 조사…퇴적물 속 황화수소 여부 정밀 분석

(인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서 죽은 붕어가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물 위에 떠 있다. 이날 국립환경과학원과 원주지방환경청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어민들과 함께 집단 폐사가 나타난 소양호 상류 곳곳을 둘러보며 수질을 측정했다. 2026.5.20 conanys@yna.co.kr
(인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어제 붕어 폐사체를 수거했는데 오늘 또 떠올랐잖아요. 죽은 채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붕어들이 아직도 많을 거예요…"
아침부터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 20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에 붕어 사체가 하나둘 힘없이 떠올랐다.
바로 전날 어민들이 폐사체를 잔뜩 수거했지만, 폐사 이후 시간이 지나 체내에 가스가 찬 붕어들이 하얀 배를 드러낸 채 수면 위를 맴돌았다.
생명력을 잃은 소양호를 바라보며 어민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붕어 또한 몸에 붉은 멍처럼 보이는 변화가 나타났고, 손톱으로 조금만 힘을 줘도 비늘이 벗겨질 정도로 기운이 없었다.
이날 소양호에서는 '붕어 집단 폐사' 현상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조사가 이뤄졌다.
국립환경과학원과 원주지방환경청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어민들과 함께 집단 폐사가 나타난 소양호 상류에서 총 11개 지점을 둘러보며 다항목 측정기로 수온, 용존산소(DO), 수소이온농도(pH), 전기 전도도(EC), 탁도를 측정했다.
이어 연속성 있는 측정을 위해 어구 창고로 쓰이는 곳 주변에 다항목 측정기를 고정하여 설치했다.

(인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서 국립환경과학원과 원주지방환경청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이 어민들과 함께 집단 폐사가 나타난 소양호 상류 곳곳을 둘러보며 수질을 측정하고 있다. 2026.5.20 conanys@yna.co.kr
물속 저층에서 5분 간격으로 용존산소 변화량을 측정하고, 유기물에 의해서 오염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비가 왔을 때 탁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세밀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다.
어민들이 '저층에 펄처럼 쌓인 퇴적물에서 나온 가스'를 집단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함에 따라 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내일(21일) 잠수부를 투입해 수중카메라로 물속을 직접 들여다보고, 퇴적물 시료를 채취해 유기물의 양, 황산염이나 황화수소가 실제로 나오는지 정밀 분석한다.
이와 함께 시간적 변화뿐만 아니라 물속을 오르내리며 수심별 수온, DO, pH, EC, 탁도를 측정할 수 있는 다항목 측정기를 추가로 설치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집단 폐사 현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곳을 중심으로 다음 주까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원인을 밝혀내는 게 가장 중요한 만큼 다 조사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인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서 죽은 붕어가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물 위에 떠 있다. 2026.5.20 conanys@yna.co.kr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면서 명확한 원인과 해결책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소양호에서는 붕어와 잉어, 뱀장어 외에 쏘가리마저 폐사체가 발견돼 어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김영인 인제군 남면어업계장은 "어제 붕어 폐사체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쏘가리 폐사체 3마리를 발견했다"며 "쏘가리는 잡혀도 웬만해선 죽지 않고, 죽어도 물 위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쏘가리가 깊은 수심과 바닥층에 머무는 습성 탓에 폐사 후에도 수면 위로 잘 떠오르지 않는 어종임을 고려하면 비록 3마리만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절대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로부터 '이런 상황이면 다른 물고기도 점점 더 죽어 나갈 것'이라는 의견을 들은 어민들은 주로 붕어, 잉어, 뱀장어 등 일부 어종에 국한돼있던 집단 폐사 현상이 쏘가리와 동자개는 물론 외래어종까지 번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인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서 국립환경과학원과 원주지방환경청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이 어민들과 함께 집단 폐사가 나타난 소양호 상류 곳곳을 둘러보며 수질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은 수온, 용존산소(DO), 수소이온농도(pH), 전기 전도도(EC), 탁도를 측정하는 다항목 측정기 모습. 2026.5.20 conanys@yna.co.kr
어민들은 지난달 초 붕어 집단 폐사 현상이 나타난 이후 조업을 중단한 상태다.
집단 폐사 소식에 수산업계에서 소양호 물고기 자체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물질 검출 없음', '수질 매우 좋음'이라는 행정기관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어민들이 직접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 산학협력단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황화수소 중독 등 복합적 환경 스트레스'가 폐사 원인으로 지목됐다.
붕어 집단 폐사 소식을 접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원인 검토를 주문했다.
이에 기후부는 어민들, 각계 전문가, 관계 기관 관계자들로 전담반(TF)을 꾸려 원인 조사는 물론 피해 대책 마련 등 행정적인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conan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