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vs 의료기사, 의사 손 들어줬다? 멀어진 '병원 밖 의료'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김미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2026.5.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법안 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의사들은 한숨 돌렸지만, 의료기사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처방' 개념과 '의사 책임체계'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충돌한 끝에 법안은 '계속심사'로 결론 났다. 일단은 의사 손을 들어준 셈인데, 개정안 심사 당일까지 여야 간 이견과 직역 간 갈등이 좁혀지지 않는 양상을 보이면서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날(19일) 오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를 열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병합 심사했지만 결론 내리지 못했다.

현행법상 의료기사는 의사의 지도 아래에서 검사나 재활치료 등 진료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으로,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가 해당한다.

이날 심사대에 오른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이들의 업무 수행 기준을 기존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에서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로 확대·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통합돌봄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 설명이다. 고령자·장애인 등 의료취약계층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와 생활공간에서 서비스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방문 재활이나 이동형 검사 등 '병원 밖 의료' 제공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소위에선 '의료사고 책임 소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병원 밖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가 불분명해지는 등 문제가 쟁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쟁점은 '처방 개념'이었다. 처방이 환자에게 내려지는 의료행위인지, 의사가 의료기사 업무를 지시하는 개념인지 등을 두고 수차례 고성이 오가고 언쟁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불명확한 책임 소재 등이 쟁점이 됐다"며 "추후 공청회 등 절차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등 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앞서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두고 의사단체와 의료기사단체 간 갈등은 격화했다. 법안심사제1소위에 상정된 당일(19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의료기사법 개정 결사 저지 전국 의사·치과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료는 단순히 처방 한 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를 계속 확인하고 위험성을 재평가하며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처방 중심으로 방문재활 체계가 바뀌면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 안전 공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이정우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직무대행 등 대표자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의료기사법 개정 결사 저지, 전국 의사·치과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2026.05.19.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이어 "물리치료사 방문재활은 정부 로드맵상 2028~2029년 안정기에 도입될 예정인데 현재 단계에서 법 개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억지로 처방 개념을 도입하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현장의 혼란만 초래할 뿐 아니라 면허체계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것"이라며 "전문가단체 요구가 계속 묵살된다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이 함께 철회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우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직무대행은 "의료기사 업무가 의사·치과의사의 '지도'가 아닌 '처방·의뢰'만으로 가능해진다면 예측 불가능한 독단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며 "부실 진료가 양산되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사고 발생 시 의사는 '환자 상태 변화를 몰랐다'고 하고 의료기사는 '처방대로 했다'고 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가장 큰 피해는 환자와 가족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의료기사가 의사의 처방과 지도 없이 독자적으로 의료행위를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이것은 의사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의료기사들은 투쟁 의지를 나타냈다.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 의기법개정특별위원회 허봉현 위원장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환자의 절박한 생존권을 볼모로 방문재활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며 "장애인, 다리가 불편한 노인 등 수요자들의 절박함을 해결할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 김정민 회장도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 온전히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돌봄의 최전선에 있는 수요자들과 굳게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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