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밀가루 가격 담합 7사 과징금 6710억 부과...담합 사건 역대 최대

대한제분·사조동아원·CJ제일제당 등 밀가루 제조·판매 3사, 장기간 가격 담합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가격 변경내역 보고 명령 등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정부가 지급한 총 271억 가격안정 지원사업 보조금 받고도 담합 행위 지속해

▲서울 한 대형마트 밀가루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 밀가루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CJ제일제당 등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가 6년여간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총 6710억 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담합 사건 사상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사에 대해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가격 변경내역 보고 명령 등을 포함한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6710억4500만 원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사조동아원 1830억9700만 원, 대한제분 1792억7300만 원, CJ제일제당 1317억100만 원, 삼양사 947억8700만 원, 대선제분 384억4800만 원, 한탑 242억9100만 원, 삼화제분 194억4800만 원이다.

이번 사건은 2006년 공정위로부터 한 차례 담합 관련 제재를 받고도 재차 담합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중대성이 크다는 평가다. 심지어 이들은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물가 안정 사업 기간에도 담합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라면, 빵, 과자 등 국민 먹거리의 핵심 원료이자 대표적인 국민 생활 밀접 품목인 밀가루의 가격 등을 놓고 시장점유율 90%에 이르는 제분사들이 약 6년에 걸쳐서 은밀하게 실행한 담합을 적발해 제재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7사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총 24차례에 걸쳐 제면업체, 제과업체 등에게 판매하는 밀가루 공급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 거래처에 공급하는 밀가루 물량·공급 순위 등을 합의해 담합했다.

이들은 담합을 한 6년여 동안 총 55회 걸쳐 만났다. 담합은 영업본부장 이상 대표자급 회합을 통해 큰 틀의 합의를 한 뒤 영업팀장 등 실무자급 회합을 통해 합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9년 11월부터 12월에까지 상위 3개사, 삼양사 등 4개사가 대형 수요처인 농심과 팔도에 공급하는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합의했다. 2020년 1월에는 삼화제분, 대선제분, 한탑 등 하위사들까지 가담해 중소형 수요처, 대리점 등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밀가루 일부 제품의 공급가격을 합의했다. 이후 2021년 4월부터는 이들 7개 제분사 모두가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밀가루 전 제품 가격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아울러 국제 원맥 시세 변동에 편승해 담합한 사실도 적발됐다. 우리나라는 밀가루의 원재료인 원맥을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제 원매 시세, 환율에 밀가루 가격이 크게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 7개 제분사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수입 원맥 시세 상승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신속하게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전 거래처에 대한 가격 인상 폭과 그 시기 등을 합의했다. 반대로 2023년 이후 수입 원맥 시세 하락기에는 원가 하락분을 최대한 늦게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농심 등 대형 수요처에 대한 가격 인하 폭과 그 시기 등을 합의했다.

특히 이들은 국제 원맥 시세 상승 기간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지급한 총 471억 원의 가격 안정 지원 사업 보조금을 받고도 담합을 지속했다. 지원금 지원 사업은 2022년 하반기 이후 밀가루 출하가격을 동결 또는 인상 요인의 10% 이내에서 인상하는 경우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80%를 정부가 지원한 것이다.

7개 제분사들의 담합으로 2022년 9월경에는 밀가루 판매가격이 담합 시작 당시인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제분사별로 약 38~74%까지 올랐다. 또한 국제 원맥가가 오를 때는 이들의 밀가루 판매가격이 최대 수준으로 신속히 인상된 반면 원가 하락기에는 최소 수준으로 느리게 인하되기도 했다.

심지어 7개 제분사들은 담합을 통해 경쟁 없이 안정적인 공급 물량을 확보했고, 밀가루 생산량 기준 각 사의 시장점유율을 대체로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사건 담합에 가담한 상위 3개사와 하위 3개사 모두 공동행위 이전보다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됐다.

공정위는 이들의 이런 담합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향후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총 6710억4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15%로 정했다. 남 부위원장은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에서 실제 일차적으로 부과기준율을 산정해서 따지는데 이 부과기준율이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가지고 판단한다"며 "다만 단순하게 결정되는 건 아니고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계량화해서 점수로 산정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15%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7개 제분사에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이는 제분사별로 담합 이전 경쟁질서를 회복하는 수준으로 밀가루 가격을 다시 결정하고 그 근거와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향후 3년간 밀가루 가격의 변경 현황을 연 2회 공정위에 서면 보고하도록 하는 가격 변경내역 보고 명령도 내렸다.

아울러 공정위는 2026년 1월 검찰 고발요청에 따라 이 사건 7개 제분사와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총 14명에 대해 이미 고발조치를 완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향후 밀가루 판매시장에서의 경쟁질서 확립, 부당이득 환수, 가계 부담 완화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의 가격을 등을 놓고 이뤄지는 담합에 대해서는 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밀가루 가격 담합 제분사 과징금 (이투데이 DB)
▲밀가루 가격 담합 제분사 과징금 (이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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