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충격에 차 수출 위축…내수는 경차, 수입 전기차로 양극화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장기화와 중국산 자동차 수출 증가로 4월 한국 자동차 수출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시장에선 소비자들이 고유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국산 경차’와 ‘수입 전기차’로 몰리면서 양극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20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4월 자동차산업 동향’ 자료 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한 61억6600만달러(약 9조3천억원)에 그쳤다. 분쟁 당사국이 밀집한 중동(-38.7%)과 우회 항로인 희망봉을 이용해야 하는 유럽(-13.1%)으로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아시아 시장으로의 수출도 31.7% 줄었는데, 중국산 자동차 수출량이 증가한 효과로 분석된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 물량은 올해 사상 최초로 10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체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42.6%)와 하이브리드차(24.5%) 등 친환경차 수출 성장세가 지속되고, 내수 판매 15만1693대 가운데서도 친환경차가 9만1250대(60.2%)가 팔려 친환경차 전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산업부는 평가했다.

자동차 업계는 내수 시장에서 국산 경차와 수입산 전기차 판매가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휘발유·경유 가격이 2천원을 넘는 고유가가 뉴노멀이 되자 서민들은 저렴한 경차로 몰리고, 여유가 있는 부자들은 비싼 수입 전기차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를 보면, 4월 판매·등록된 국산차 판매량 상위 20종 가운데에는 기아 모닝(3175대·186.3%)과 기아 레이(4634대·3.2%) 등 경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기아 EV3(4333대·27.9%) 등 전기차 판매가 증가한 것이 눈에 띄었다. 수입차 판매량 상위 20위 안에는 테슬라 모델Y(1만86대·1154.58%), 테슬라 모델3(2596대·306.9%), 폴스타 폴스타4(675대·277.1%) 등 8종의 전기차가 포함됐다. 테슬라는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9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시장에서 수입 전기차의 비중이 커지고, 글로벌 시장에선 중국산 자동차에 밀려 수출 물량이 감소하자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는 “글로벌 시장에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심화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 전기차 수요와 경차 수요가 동시에 증가한 것을 보면 소비자들이 유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산차 기업들은 내수·글로벌 무대에서 전기차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영업이익 감소를 감수하고, 가격을 낮추는 것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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