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주주동의 의무화 "필수 vs 일부 예외"…의견 팽팽

거래소,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 전경. /사진=배한님 기자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모회사 주주동의 의무화'에 대해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갈렸다. 기관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인 중복상장을 주주동의 없이는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IB(기업금융)· VC(벤처캐피탈)·PEF(사모펀드) 등 발행업계는 "모험자본 유입과 투자자 자금 회수를 막는 조치"라며 중복상장 진행 여부를 이사회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반발했다. 중복상장 금지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양측 대립에도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못 박았다.

한국거래소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중복상장 원칙 금지, 일부 예외 허용' 방침에 대한 실무적 절차 마련을 위한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중복상장을 사례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날 기조 발제를 맡은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복상장 시 주주동의를 받는 사항에 대해 △이사회의 의무 중심(주주동의 자율) △부분적 주주동의 의무화 △전면적 주주동의 의무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사회의 의무 중심은 이사회가 주주 영향평가 등을 통해 주주동의가 필요하다고 여길 때 찬반의결을 진행하는 방안이다. 부분적 주주동의 의무화는 중복 정도 등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보호 필요성을 사전에 판단해 주주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전면적 주주동의 의무화는 모회사 대비 매출·자산·이익 세 부문 모두 비중이 10% 미만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중복상장 심사에 대해서는 주주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남 연구원은 주주동의를 받는 방법에 대해서도 △출석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 발행주식 총 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결의' △최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출석 과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찬성을 요구하는 '3% 룰 적용 일반결의'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전원 배제하고 일반주주 과반 동의를 얻는 'MoM(소수주주 다수결)'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기관투자자 측은 전면적 주주동의 의무화에 찬성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자회사 중복 상장은 지배 주주가 최소한의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며, 이 때문에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현금을 활용하기보다 쌓아두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직 미국처럼 이사회 충실 의무가 법이나 절차, 판례 등에서 확립되지 않아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구조로는 (중복상장 금지를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드 해소) 정책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도 "한국에서는 지배주주가 계층 상장을 이용해 현금 흐름권을 적게 가져가면서도 지배권을 확대하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더 커진다는 게 문제다"고 지적했다. 왕 교수는 "필옵틱스 사례와 유사하게 상장 1, 2년 안에 모회사가 갖고 있는 주식을 자회사 주주에게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면 중복상장 진행 여부는 MoM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반면 발행업계는 중복상장 시 주주 동의를 필수화하면 모험자본 유입이 중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신권 IMM PE CLO(최고법률책임자)는 "모험자본을 투입하는 경우 지배주주와 FI(재무적 투자자)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자금 회수 방법은 IPO(기업공개)고, 이 덕분에 중소기업이 국내 자본시장이나 우량 투자자와 접근할 수 있었다"며 "상장 후 자금회수를 전제로 투자를 받았는데 이제와서 중복상장을 금지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했다.

임 CLO는 " 전면적 주주동의를 의무화하고 예외 시에만 허용한다면 국내 현실로는 사실상 중복상장을 금지하는 효과를 만든다"며 "이는 모회사에도 국민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꼭 필요한 투자까지 막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광녕 키움인베스트먼트 본부장도 "중소·중견기업은 모험자본으로 성장하고, 모험자본의 엑시트는 90% 이상이 IPO로 이뤄진다"며 "기업의 자체 자금이나 외부 조달만으로는 산업 생태계가 확장될 수 없기 때문에 쪼개기 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보다 원칙적으로는 허용하되, 예외적으로만 금지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시장참여자 의견이 첨예하게 맞선 가운데,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원칙 금지, 예외 허용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복상장 원칙 금지, 예외 인정 기조로 가는 것이 자본시장 신뢰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이번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은 명확하게 국민이 믿고 투자할 수 있어야 하고, 투자한 기업의 성장 과실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자본시장 신뢰 제고를 위해서는 중복상장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 과장은 "중복상장 제도에 대한 접근을 특정 거래 구조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신뢰를 제고하는 문제로 접근한다면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기조로 가는 것이 옳다"며 "중복상장이 단순히 그동안 관행이었다거나 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 과장은 이어 "지금은 예외적으로 중복상장을 진행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이사회의 주주충실 의무를 어떻게 구체화할 지, 모회사 주주를 어떻게 보호할 지, 분할상장 시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현물배당하는 방안 등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회 24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