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스타벅스 불매’ 움직임이 불붙는 가운데, 신세계그룹이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공들이던 ‘광주광역시’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내고 있는 계열사 ‘스타벅스’ 관련 악재가 터져 주목된다. 과거 여러 차례 ‘멸공’ 논란을 일으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전력이 ‘오너 리스크’라는 부메랑이 돼 그룹 전반에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마트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신세계프라퍼티는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에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스타필드 고양보다 큰 규모의 쇼핑몰을 준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워터파크와 호텔, 골프장도 조성할 예정이다.
별도로 신세계그룹은 ‘더 그레이트 광주’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일찌감치 ‘광주신세계’ 법인을 설립하고 호남 지역 상권 공략에 나선 바 있다. 백화점 사업에서 신세계의 광주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51.6%다. 광주신세계의 큰 목표는 2033년까지 3조원을 들여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것이다. 종합버스터미널 자리에 35층짜리 빌딩을 짓고 지하 7층~지상 7층짜리 백화점 신관을 지을 계획이다.

이마트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신세계백화점의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와 ‘더 그레이트 광주’를 조성하여 호남 상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이 2029년까지 광주에 호남권 첫 초대형 쇼핑몰 ‘더현대 광주’를 출점할 계획인 터라, 속도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규모 개발 사업은 지자체는 물론 지역 민심과 기민한 연관을 맺으며 추진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가운데 광주 정신의 상징인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모욕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논란이 된 게 ‘스타벅스’인 점도 뼈아프다.
스타벅스코리아는 1997년 9월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50%씩 지분을 가진 합작 회사로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1999년 서울 이대점을 1호점으로 시작해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한다. 2021년 9월 이마트가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지분 17.5%를 추가로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나머지 32.5%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쪽이 보유 중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미국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해마다 로열티를 지급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조2380억원을 기록해, 2024년(3조1001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연 매출 3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기준 농심(3조5140억원), 오뚜기(3조6750억원) 등이 식품업계 ‘3조 클럽’으로 꼽히는데, 카페 영업만으로 3조원을 넘긴 곳은 스타벅스가 유일하다.
국내 스타벅스 매장은 2013년 500개, 2016년 1000개를 돌파한 뒤 2020년 1500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2077개로 미국,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인구 대비로 따져볼 때 한국의 ‘스벅 사랑’은 그만큼 두드러진다.
국내 지역별로 보면, 인구수 대비 스타벅스 매장 수는 서울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바로 광주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9월 리워드 회원 누적 1500만명 달성을 앞뒀다며 이벤트를 진행했다. 자타공인 ‘국민 카페’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이번 악재가 터졌다.

이마트는 2021년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지분을 사들일 때 ‘이마트 쪽 귀책 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미국 본사가 주식 전부를 인수할 권리를 가지며, 35%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약속을 했다. 이번 사태 이후 신세계그룹이 4년간 스타벅스를 이끌어온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빠르게 경질하고 정 회장 명의 사과문을 낸 것에는 이러한 계약관계에 의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온다. 다만 이마트 쪽은 해당 계약 해지 조항과 이번 사안은 무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회장이 한창 인스타그램을 통해 “멸공”을 외치던 2022년에도 해당 조항 등이 거론되며 회사 안팎의 우려를 산 바 있다.
2022년 1월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조는 성명을 내고 “기업인 용진이형은 멸공도 좋지만 본인이 해온 사업을 먼저 돌아보라”며 “본인이 하고 싶은 말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여파가 수만 명의 신세계, 이마트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2024년 3월 신세계그룹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고, 문제가 됐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대거 삭제했다. 이후 공개 발언을 자제해 왔으나, 2023년 미국 극우 논리를 한국 개신교계에 전파하고 있단 평가를 받는 ‘빌드업코리아’ 행사에 축사 영상을 보낸 게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엔 스타벅스 커피와 도시락을 해당 행사에 후원해 논란이 됐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