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 외교부 장관이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지금 이 순간에 우리 유조선이 이란 측과 협의 하에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여 있던 한국 선박이 빠져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과 마린트래픽 정보에 따르면 한국 국적의 초대형 유조선 유니버셜 위너호가 쿠웨이트산 원유를 실은 채 이날 오전 호르무즈해협 이란 영해에 있는 라라크섬 남쪽을 지나 오만만으로 향하고 있다. 목적지는 한국 울산이다. 이 선박의 선사는 지난 4일 호르무즈해협에서 피격당한 나무호와 같은 한국의 에이치엠엠(HMM)이다.
조현 장관은 “이란 당국과 협의를 마쳤고, 그래서 어제부터 항해를 시작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통과하고 있다)”라면서 “200만 배럴”이라고 언급했다. 유니버설 위너호에 200만배럴의 원유가 실려있다는 의미다.
카타르 인근 해역에 머물고 있던 이 선박은 지난 19일 이란이 제시한 항로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선박은 이란 측이 지정한 항로를 따라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 안전을 위해 이란을 포함한 유관국과 조율하에 이동이 이뤄졌다”면서 “통행료나 여타 어떤 명목의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란의 이번 선박 통행 허용과 나무호 피격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쟁 발발 이후 4차례의 외교장관 통화와 외교장관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이란과 관계를 관리하면서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꾸준히 요청하고 협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다만 이란이 나무호 피격 사건의 여파와 한국의 외교적 압박 등을 고려해 선박 통행에 동의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18일 밤 주이란한국대사관을 통해 우리 선박 1척의 해협 통행이 가능하다고 전달했다. 조 장관이 세예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하면서 나무호 피격에 대한 이란의 입장을 요구한 다음 날이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에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 선박 25척도 해협에서 나올 수 있도록 이란 측과 계속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한국인 선원 탑승 규모와 한국에 필요한 화물이 선적된 것 등을 통행 대상 선박 선정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은 선박들에 자국이 지정하는 항로를 이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선사는 이에 따른 안전 문제와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는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이란과 ‘거래’하는 선사와 선박을 제재하겠다는 내용의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선박 통항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이 선박 통항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