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특검 “국정원, 계엄 다음날 CIA 책임자 불러 ‘정당성’ 설명”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가 지난 2월25일 과천 사무실 현판식에서 현판제막을 하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wjryu@hani.co.kr

3대 특검 잔여 사건을 수사 중인 권창영 특별검사팀이 국가정보원에서 12·3 비상계엄 다음날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를 국정원으로 불러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해외에 설명하는 내용의 ‘대외 설명자료’를 확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종합특검팀은 비상계엄 다음날인 2024년 12월4일 오전 국가안보실로부터 “우방국가에 비상계엄의 배경을 설명하라”는 요청과 함께 한글로 작성된 문건을 전달받았다. 이후 조태용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로 국외파트를 담당하는 1차장 산하 부서가 이를 영문으로 번역한 뒤 주한 미국 CIA 책임자를 국정원으로 불러 문건 취지대로 설명한 것으로 종합특검팀은 파악했다. 당시 국외파트를 총괄한 것은 홍장원 전 1차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이 과정을 보고받고 재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조 전 원장과 홍 전 차장을 비롯해 국정원 정무직 인사 등 6명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다만 홍 전 차장은 계엄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CIA 쪽에 전달하라고 지시하거나 이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비상계엄 이후 행적을 봐도 조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계엄 정당성을 CIA에 전달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비상계엄 당일 조 전 원장은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마친 뒤인 밤 11시30분께 국정원 정무직 회의를 열었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조 전 원장에게 “이거(비상계엄) 언제 아셨어요”라고 물어봤고, 이에 조 전 원장은 “왜 그런 걸 물어보세요”라고 답변했다. 조 전 원장은 앞선 수사기관 조사에서 홍 전 차장의 질문에 대해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후 홍 전 차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당시 전화를 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라고 말한 사실 등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공개한 뒤 면직됐다. 홍 전 차장의 이같은 증언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내란 재판 등에서 주요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실제 홍 전 차장이 계엄 옹호 메시지를 CIA 쪽에 전달했는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종합특검팀은 신원식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공무원들을 통해 미국 등 우방국에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려 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당시 전달된 메시지에 “이번 조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와 함께, “비상계엄은 국회의 탄핵소추와 예산 삭감으로 행정부가 마비된 상황에 대응한 것”이라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받은 데 이어 18일 추가 조사를 받았다.

임철휘 기자 hwi@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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