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외부 요인이 개입돼서는 안 됩니다. 성향을 막론하고 이번 경기는 다들 반발이 클 것 같습니다."(축구 지도자 B씨)
20일 열리는 AFC(아시아축구연맹) AWCL(여자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을 두고 축구계의 반발이 거세다. 사상 첫 북한 여성 스포츠단의 방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지만 외부 요인이 개입하며 공정성을 해쳤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스포츠를 이슈몰이로 이용하는 고질병이 터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오후 7시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AWCL 4강전을 펼친다. 수원FC위민이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우리 여자축구 클럽 최초로 AWCL에 진출하게 된다. 북한 여자축구가 세계적으로도 강하지만 지소연·김혜리 등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들이 대거 출전하는 만큼 승리 가능성은 낮지 않다. 직전 대회 우승팀 우한을 8강에서 4대 0으로 완파하는 등 사기도 올랐다.
문제는 정부와 남북협력단체다. 이들은 7000석의 응원석 중 절반에 가까운 3000석을 '남북 공동응원단'으로 꾸미고 양팀을 동시에 응원할 예정인데 사실상 안방의 '홈 어드밴티지'를 포기하는 조치다. 정부가 응원 단체들에게 3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이나 내고향축구단의 항의로 수원FC위민을 묵던 호텔에서 이동시킨 것도 논란거리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 봐도 양팀을 '공동 응원'하는 경기는 유례가 없다. 정치·종교적 표현을 금지하는 FIFA(국제축구연맹) 규정을 고려하면 정부·특정 시민단체 등의 개입 자체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체육단체 관계자는 "응원은 한 팀에 힘을 보태는 것인데 양팀 모두를 응원한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며 "통일, 남북 교류 등 키워드가 정치적 개입으로 비칠 경우 FIFA, AFC 규정에 따라 구단이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내고향축구단의 반응도 차갑다. 리유일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응원단 문제는 감독이나 선수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며 "응원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에이스' 김경영 선수도 "인민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불참하지만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주무부처 장관 자격으로 경기장을 찾는다. 최 장관이 올해 축구장을 찾는 것은 2월 K리그1 개막전 이후 처음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AFC 주관 국제대회라는 점, 우리 클럽의 4강 진출 등을 고려해 문체부 장관이 준결승전과 결승전에 모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