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소득세 안낸 트럼프에…미 법무부 ‘세무조사 면제’ 논란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의회 피크닉’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나란히 서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과거 수상한 세금 신고내역에 대한 세무조사를 영구적으로 하지 않기로 트럼프 대통령 쪽과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국세청(IRS)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의 가족과 관련 기업에 대해 지금까지 세금 부과가 제대로 됐는지 들여다볼 권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각) 이 사안을 최초 보도한 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19일 오전 국세청(IRS)이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의 과거 세금 신고 내역에 대한 세무조사를 “영구적으로 금지”한다는 포괄적 합의를 맺었다는 내용의 1쪽짜리 문서를 누리집에 추가했다. 이 추징 관련 합의는 전날(18일) 법무부가 공개한 9쪽 짜리 합의서엔 없었던 내용이다.

전날 합의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세금 신고서 유출 사건과 관련한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17억7600만달러(2조6700억원) 규모의 ‘사법 피해자’를 위한 보상 기금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법무부는 전날 공개한 보도자료에 1쪽짜리 세무조사 영구 면제 조항을 담은 문서를 끼워넣었다. 이 문서는 세무조사 면제 합의가 18일 이전 제출된 모든 세금 신고서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이 문서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일했던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직무대행이 단독으로 서명했으며, 국세청의 서명은 없었다.

폴리티코는 이 문서가 19일 오전 7시50분에 작성되거나 스캔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추가 조항이 왜 뒤늦게 공개됐는지에 대한 시엔엔 등의 질의에 답하지 않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대니 워펠 전 국세청장은 “국세청이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예전 세금신고서 관련 심사를 영구 포기한 전례는 단 한 건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존 코스키넨 전 국세청장도 “끔찍한 선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신고서를 두고 뭘 감추려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최고위원인 민주당 소속 리처드 닐 의원은 “연방 정부가 트럼프 일가를 위한 방어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 언론에 유출된 세금 신고서를 통해 자신이 수년간 소득세를 거의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2기 집권 뒤인 지난 1월 국세청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최소 100억달러(15조원)의 배상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행정부 수장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이끄는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유례 없는 행위를 벌여 ‘짜고 치는 재판’이라는 눈총을 받아왔다. 해당 사건 담당 판사가 이 소송이 성립 가능한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법무부는 돌연 소송을 취하하고 사법피해자 보상기금을 만들자는 합의안을 내놨다. 법무부가 만들기로 한 보상기금은 2021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해 미 의회의사당을 점거했던 ‘1·6 의사당 폭동’ 가담자 등 트럼프 지지자들이 받을 것으로 보여, 행정부가 나랏돈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비자금을 만들어줬다는 비판을 받는다.

2024년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을 경우 1억달러 이상의 세금을 토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1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을 불러모아 백악관에 새 연회장을 짓는 공사 현장을 소개하며 연회장 건설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 연회장 건설을 기부금으로 충당하며 세금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최근엔 의회를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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