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극우인사를 초청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는 등 노골적으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온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비상식적인 연임 시도에 나섰다. 외교부의 감독을 받는 외교안보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출범 이래 이사장 연임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세종연구소 이사회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이 이사장의 연임을 8대 5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연구소의 상임 연구위원들이 연임 반대 입장문을 내고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도 연임 승인 반대 서한을 보냈지만, 이사회는 이를 무시했다. 연구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이사장이 임기 동안 이사로 임명한 보수 인사들이 연임을 지지하고 나섰다고 한다.
세종연구소 이사장 임기는 3년으로 이사회가 외교부에 신임 이사장을 추천하면 외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 이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31일까지인데 외교부는 아직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익법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면밀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세종연구소의 감독 기관으로서 이사장 승인과 감사 권한이 있다.
이 이사장은 정치적 편향과 연구소 부지매각에 대한 의문 등으로 이미 여러차례 논란을 일으켜왔다.
북핵 담당 대사와 외교부 차관보 등을 역임한 이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김태효 대통령실 안보1차장과의 인연으로 2023년 6월 세종연구소 이사장에 임명됐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문정인 전 이사장이 임기를 1년이나 남겨두고 있었는데도 외교부가 세종연구소에 대해 감사를 벌이도록 해 문 이사장을 사실상 쫓아낸 뒤 이 이사장을 임명했다. 이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강력하게 지지했고 국가안보실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연구소 내에서 ‘진보 좌파 척결’을 여러차례 강조했다고 연구소 관계자들은 전한다. 특히 이 이사장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판결 전날인 2025년 4월3일 세종국가전략포럼에 이재명 대통령이 “친중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는 미국 극우인사 고든 창을 공식 초청했다. 당시 고든 창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면 한-미 동맹이 약화된다”면서 윤석열의 내란을 옹호하며 한국 헌재 판결에 개입하는 발언을 했다.
이 이사장이 경기 성남시에 있던 연구소 부지(5만7천여㎡)를 엘아이지(LIG)넥스원에 약 3천억원에 매각한 것에 대한 의혹도 계속되고 있다. 애초 세종연구소는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소 부지를 민간 사업자에게 임대하고 임대 수익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기로 2015년 회생계획을 마련했고 외교부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이 취임한 뒤 이 계획을 백지화하고, 부지·거물 매각을 강행했다. 공공부지를 기업에 헐값매각한 과정에 대한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이사장이 초유의 연임 시도에 나서자 연구소 안팎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임기를 다 채운 이 이사장이 연임까지 하려고 나선 것은 상상을 초월한 비상싱적인 일” “연구소를 사유화하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국민들이 내란을 극복하려 애쓰던 와중에 고든 창 같은 극우인사를 초청했던 이 이사장이 연구소 창설 이래 한번도 없었던 이사장 연임을 시도하는 것은 절대 안되는 일”이라며 “외교부에서 연임을 승인해주면 안된다”고 요구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