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세종의 한 아파트에서 닷새 동안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공동주택에 대해 24시간 이내 임시전력을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화재나 침수 등 피해 규모가 큰 경우에도 48시간 안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긴급 복구 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일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수전실 화재 정전 사고를 계기로, 공동주택 정전 대응체계를 전면 개선한다고 20일 밝혔다. 기후부는 “그동안 아파트 단지 내부는 민간 소유로 관리돼 전력 설비가 고장 나더라도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장시간 정전이 이어질 경우 주민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대응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한국전력공사가 보유한 지상 변압기를 활용해 임시 복구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한전은 긴급 복구에 필요한 전주, 전선, 변압기 등의 자재 보유 기준을 새로 설정하고,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 정전이 발생할 경우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준공 25년 이상, 1천 세대 이상 아파트를 대상으로 다음 달까지 수전실과 변압기, 저압 배전반 등 주요 설비 상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관별 역할과 복구 절차를 담은 통합 표준운영절차서(SOP)도 새로 제정한다. 실제 정전 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을 통해 현장 대응 체계의 실효성도 점검할 예정이다.
기후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아파트 정전은 382건으로, 한 해 127건꼴이다. 정전은 43%가 여름철 폭염시기(7~8월)에 집중됐고 8월에 발생한 건수는 90건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정전 원인은 기자재 고장이 233건(61%)으로 가장 많았고, 차단기 동작에 따른 정전도 60건(15.7%) 발생했다. 이어 침수 34건(8.9%), 외부 물체 접촉 33건(8.6%), 화재 10건(2.6%) 순이었다. 다만 복구 자체는 비교적 빠르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전체 정전의 약 86%는 12시간 이내 송전이 완료됐지만 24시간 이상 장기 정전도 15건 발생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