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6년에 걸쳐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7개 제분사에 과징금 6710억원을 부과했다. 담합 사건 관련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다.
공정위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제면·제과업체에 판매하는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7개 제분사에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으로 형성된 가격을 각 기업이 적정한 수준으로 다시 정하도록 하는 조처다. 업체별 과징금은 사조동아원이 1830억97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한제분(1792억7300만원), 씨제이(CJ)제일제당(1317억100만원), 삼양사(947억8700만원), 대선제분(384억4800만원), 한탑(242억9100만원), 삼화제분(194억4800만원) 순이었다.
이들 업체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풀무원 등 제면업체와 롯데제과, 해태크라운 등 제과업체를 비롯한 대형 수요처에 밀가루를 공급한다. 국내 기업 간 거래(B2B)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이들 업체의 점유율은 87.7%(2024년 매출액 기준)에 이른다.
공정위는 7개 제분사가 이 같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담합 기간 총 24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인하 폭과 그 시기, 거래처에 공급하는 밀가루 물량·공급 순위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이 가운데 농심, 팔도, 풀무원 등 대형 수요처를 대상으로 한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 담합은 19차례, 중소형 수요처 및 대리점 등 전거래처 대상 밀가루 공급 가격 담합은 5차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는 2020~2022년 수입 원맥 시세 상승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신속하게 판매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2023년 이후 수입 원맥 시세 하락기에는 원가 하락분을 최대한 늦게 반영하기 위해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22년 9월께에는 담합 시작 당시인 2019년 12월에 견줘 제분사별로 밀가루 판매 가격이 최소 약 38%에서 최대 74%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담합을 위해 총 55차례에 걸쳐 제분사들의 대표자급·실무자급이 만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각 제분사의 영업본부장 이상 대표자급이 만나 큰 틀의 합의를 하고, 영업팀장 등 실무자급이 만나 합의 내용을 구체화했다. 필요에 따라 상위 3개사만 혹은 7개사 전체가 만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만났고, 직접 참석하지 않은 곳들과는 유선으로 합의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앞서 제분사들은 2006년에도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는 정부로부터 471억원의 가격안정 지원사업 보조금을 받고도 담합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고 담합 사건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