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500조 시대…수익률 역대 최고에도 ‘운용 격차’ 커졌다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어섰다. 400조원을 돌파한지 불과 1년 만이다. 연간 수익률도 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가입자별 운용 방식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원리금보장형에 머무는 가입자들의 낮은 수익률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됐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20일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431조7000억원보다 69조7000억원 증가했다.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이 228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45.7%를 차지했다. 확정기여형(DC)은 141조6000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은 13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DC와 IRP 비중은 합산 54.3%로 절반을 넘어섰다.

운용 방식에서는 여전히 원리금보장형 쏠림이 컸다. 전체 적립금 가운데 원리금보장형은 378조1000억원으로 75.4%를 차지했다. 다만 실적배당형 적립금은 123조3000억원으로 비중이 24.6%까지 확대됐다. 최근 3년간 실적배당형 비중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이동도 뚜렷했다. 퇴직연금계좌를 통한 ETF 투자금액은 48조7000억원으로 3년 연속 10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ETF는 전체 실적배당형 적립금의 39.6%를 차지하며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수익률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6.47%로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았다. 운용 방식별로는 실적배당형 수익률이 16.80%로 원리금보장형 3.09%의 5배를 웃돌았다. 제도별로는 IRP가 9.44%, DC가 8.47%, DB가 3.53%를 기록했다.

다만 금감원은 “역대 최고 수익률에도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다소 아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 75.6%, 국민연금 수익률 19.9%, 미국 캘퍼스와 일본 GPIF 수익률 12%대와 비교하면 퇴직연금 수익률은 낮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가입자별 격차도 컸다. 수익률 상위 10% 가입자는 평균 19.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은 적립금의 84%를 실적배당형에 투자했고, 적립금 증가분의 67%가 운용수익에서 나왔다. 반면 하위 10% 가입자의 수익률은 0.5%에 그쳤다. 이들은 적립금의 74%를 원리금보장형에 두고 있었고, 적립금 증가분의 77%가 납입금이었다. 금감원은 이를 두고 “자산 운용에 실패했다기보다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상품별로는 타깃데이트펀드(TDF)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TDF 투자금액은 20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고, 연간 수익률은 13.7%를 기록했다. 전체 TDF 순자산 25조6000억원 가운데 78.5%가 퇴직연금을 통해 투자됐다.

디폴트옵션은 적립금 규모에 비해 수익률이 낮았다. 지난해 말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5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전체 수익률은 3.7%에 그쳤다. 예금 등으로만 운용되는 안정형 비중이 85.4%로 과도하게 높았던 영향이다. 반면 중립투자형 수익률은 10.8%, 적극투자형은 14.9%를 기록했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이 260조5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서 증권사 131조5000억원, 생명보험 87조8000억원, 손해보험 16조8000억원 순이었다. 점유율은 은행과 보험이 줄고 증권사가 확대됐다. 증권사 점유율은 2023년 22.7%에서 지난해 26.2%로 상승했다.

수익률도 증권사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증권 권역 수익률은 9.79%로 은행 5.70%, 생명보험 4.53%, 손해보험 3.81%를 웃돌았다. 증권 권역은 실적배당형 비중이 45.2%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고용노동부와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 퇴직연금 사업자 등과 함께 ‘퇴직연금 가이드북’을 발간할 계획이다. 적립부터 인출까지 실제 운용 사례와 상품 선택 기준을 담아 가입자의 운용 역량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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