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소비 '3월 기저' 넘어설까···불황형 대출은 2023년 수준 복귀

(사진=뉴스프리존 DB)
(사진=뉴스프리존 DB)

전업 8개 카드사의 올해 3월 카드 이용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됐지만, 카드론 잔액이 2023년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면서 소비 회복의 이면에 가계 대출 의존이 깊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월별 카드이용실적에 따르면, 2026년 3월 국내·해외를 포함한 신용카드 및 직불·체크카드 총이용금액은 262조8000억원으로 2024년 3월 240조원대비 9.5% 증가했다. 

다만 코로나 엔데믹 직후 보복소비가 정점에 달했던 2023년 3월 280조원에는 여전히 6% 가량 못 미친다.

이 데이터는 3월까지의 실적만 반영한 것으로, 나들이와 어린이날·어버이날 등 가족 단위 지출이 집중되는 4~5월 소비 성수기 효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KB국민카드가 최근 3년(2023~2025년)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어린이날 외식 업종 이용금액은 5월 일평균 대비 32% 늘어나고 동·식물원 이용금액은 284%까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5월은 외식과 나들이 지출이 동시에 늘어 카드 이용이 크게 증가하는 시기"라고 설명한다. 4~5월 성수기 실적이 합산될 경우 연간 소비 지표는 추가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신용판매만 놓고 보면 3월 기준 회복 흐름이 뚜렷하다. 

개인 신용카드 국내 일시불(국세·지방세 포함) 이용금액은 2024년 3월 12조2000억원에서 2025년 3월 13조2000억원, 2026년 3월 13조6000억원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개인 신용카드 국내 할부 이용금액도 2024년 3월 3조4000억원에서 2026년 3월 3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2023년 3월 최고치(일시불 14조5000억원·할부 3조9000억원)에는 아직 차이가 있지만, 추세적 회복은 이어지는 상황이다.

반면 대출 지표는 뚜렷한 경고 신호를 내고 있다. 

2026년 3월 카드론 잔액은 39조2871억원으로 전년 동월 36조5000억원대비 7.5% 급증했다. 

2024년 3월 34조1000억원 저점과 비교하면 2년 새 15.2%나 불어난 수치다. 

4개년 추이를 보면 2023년 3월 39조6819억원 → 2024년 34조1212억원 → 2025년 36조5412억원 → 2026년 39조2871억원으로, 2024년 급락 이후 불과 2년 만에 2023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4월 들어 이 흐름은 더 가팔라졌다. NH농협 포함 9개 카드사 기준 2026년 4월말 카드론 잔액은 42조994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현금서비스도 함께 오르고 있다. 

올 3월 개인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은 1조3181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4.3% 늘어 4개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금서비스 잔액 역시 6255억원으로 전년보다 4.4% 증가했다. 

담보 없이 즉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단기·장기 카드 대출 수요가 동반 증가한 것은, 고물가와 경기 둔화 속에서 가계의 생활자금 압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은행권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스트레스DSR 시행으로 1금융권 문턱이 높아지자, 대출이 막힌 중·저신용 차주들이 카드사로 이동하면서 카드론 잔액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은 주택담보대출처럼 자산 가격과 연동된 대출이 아니라 저신용자의 급전 수요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보다 정교한 규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업 8개 카드사 3월 총이용금액 조원·3월 기준
신용카드
체크·직불카드
자료: 여신금융협회
카드론 잔액 추이 조원·3월 기준
주: 전업 8개 카드사 기준  자료: 여신금융협회
개인 신용카드 국내 이용금액 조원·3월 기준
일시불
할부
자료: 여신금융협회

 

금융당국은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다. 

당국은 카드사들에 카드론을 포함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1~1.5%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3~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DSR 규제와 스트레스 금리 도입 등 차주 단위 억제책을 선행했음에도 잔액이 줄지 않자, 총량 자체를 직접 옥죄는 쪽으로 정책 기조가 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규제가 서민의 급전 창구를 막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은 저신용자들에게 사실상 최후의 자금 조달 수단"이라며 "올해처럼 관리 폭이 크게 줄어들 경우 실수요자들이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전성 지표 가운데 유일하게 개선 흐름을 보이는 항목은 리볼빙 잔액이다. 

올 3월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6774억원으로 2025년 3월 7213억원대비 6.1% 감소했다. 카드사들이 내부 기준을 강화하며 리볼빙 이용을 억제한 결과로 풀이되지만, 카드론·현금서비스 잔액이 동반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대출 수요 자체가 줄었다기보다 이용 형태가 이동한 성격이 짙다.

회원 수는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 신용카드 전체 회원수(월중 기준)는 2023년 3월 8120만명에서 2024년 3월 7370만명으로 급감한 뒤 2025년 3월 7657만명, 2026년 3월 7905만명으로 회복하고 있다. 

2024년 급감은 비씨카드(자체) 회원 수가 370만명에서 149만명으로 대폭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해외 이용은 회복 이후 성장 모멘텀이 소진되는 양상이다. 개인 신용카드 해외 일시불 이용금액은 2023년 3월 3714억원에서 2024년 3월 2806억원으로 24.4% 줄었다가 2025년 3월 3356억원, 2026년 3월 3358억원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2025년과 2026년 3월 수치가 사실상 동일해 추가 확장세는 일단 멈춘 상태다. 다만 4~5월 해외여행 성수기가 본격화되면 해외 이용금액에도 계절적 플러스 요인이 반영될 수 있다.

카드사들의 딜레마는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 기반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상황에서 대출 이자 수익이 실적을 떠받치는 핵심 축이 됐는데, 당국이 대출 총량을 직접 제한하면서 수익 확보 수단이 동시에 좁아지는 처지에 놓였다. 

2026년 카드 시장은 소비 회복이라는 청신호와 대출 건전성 악화라는 적신호가 교차하고 있으며, 4~5월 성수기 실적이 더해진 상반기 전체 집계에서 이 방향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가 업계 관계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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