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네, 그런 곳이 정말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영국 작가 토머스 모어는 1516년 발표한 소설 '유토피아'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가상의 이상향 사회를 그렸다.
유토피아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벽한 사회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이 단어의 원래 의미는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이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현실 세계에 만들어 내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거나 계획도시를 건설하는 등 여러 실험이 이뤄졌다.
멕시코 작가이자 문학자인 페데리코 구스만 루비오는 신간 '네, 그런 곳이 정말 있습니다'에서 라틴아메리카 곳곳에 남은 '실패한 유토피아의 흔적'을 찾는다.
그는 멕시코에서 파라과이,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남미 대륙을 횡단하며 유토피아를 향한 인간의 발자취를 추적했다.
'자동차 왕'으로 불렸던 헨리 포드는 브라질 아마존 한복판에 '포드란지아'라는 미국식 산업 도시를 건설하려 했다. 자동차 타이어 생산에 필요한 고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정글 속에 공장, 병원, 골프장까지 지었고, 결점이 없는 '이상 도시'로 만들기 위해 술과 매춘도 금지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됐지만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정글 생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다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무시한 결과였다.
시인이자 신부인 에르네스토 카르데날은 1960∼1970년대 니카라과 솔렌티나메 섬에 혁명 공동체를 만들었다. 주민들은 함께 노동하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예술과 신앙이 결합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다.
'영적인 유토피아'를 이루려던 이 공동체는 소모사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해체됐지만, 그들의 원시주의 예술과 해방 정신은 라틴아메리카 민중 예술의 뿌리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멕시코시티 외곽의 쓰레기 매립지 위에 건설된 산타 페는 현대 신자유주의가 만든 유토피아다. 글로벌 기업과 중상류층을 겨냥한 초고층 빌딩과 쇼핑몰, 고급 아파트와 대학, 병원을 한 곳에 모은 미래형 도시로 설계됐다.
그러나 저자는 산타 페가 모두를 위한 이상향이 아니라 특정 계층만을 위한 '폐쇄적 낙원'이라고 지적한다.
이 밖에 파라과이에 건설된 독일인들의 인종우월주의 공동체 '누에바 게르마니아', 이탈리아 무정부주의자들이 브라질에 세운 공동체 '콜로니아 세실리아'까지 총 7개의 유토피아가 소개된다.
저자는 이들 유토피아의 흔적을 통해 '더 나은 세계'가 있을 것이라는 인간의 믿음과 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욕망을 보여준다.
비록 실패해도 유토피아를 향한 상상력이 인간 사회를 움직여온 중요한 힘이었다는 점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을 찾는다.
라틴아메리카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반복되는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이 어떻게 소비되고 변질될 수 있는지 그 위험성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알렙. 조구호·남진희 옮김.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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