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과 히어로물의 만남..진부함 없앨 구세주는 어디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원더풀스’의 주인공들이 활약하는 무대도 1999년이다. 가상의 소도시 해성시에도 사이비 종교 집단이 ‘지구 종말론’을 외치며 포교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병약한 몸 때문에 취직도, 여행도 마땅치 않은 스물일곱 살의 은채니(박은빈)는 동네 악성 민원인 손경훈(최대훈)과 소꿉친구 강로빈(임성재)에게 가짜 인질극을 제안한다. 여기에 비밀을 간직한 시청 공무원 운정(차은우)이 엮이면서 네 사람은 해성시를 위협하는 집단에 맞선다.
‘원더풀스’가 1990년대 배경 드라마들과 차별화된 지점은 초능력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한 동네에 사는 채니, 경훈, 로빈은 한바탕 인질극 소동으로 초능력을 얻게 된다. 어딘가 부족한 ‘모지리’ 취급받던 세 사람은 초능력을 얻은 후에도 자신들의 능력을 제대로 쓸 줄 몰라 허둥댄다. 제목 ‘원더풀스’의 영어 제목은 ‘The WONDERfools’다. 여기서 ‘fools(바보들)’는 어설프고 허당기 가득한 주인공들을 뜻한다. 드라마는 이런 마이너한 인물들이 세상을 구하는 ‘Wonder(놀라운)’ 이야기를 담은 따뜻한 휴먼 드라마를 표방한다.
‘원더풀스’ 첫 화는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대 고증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 떡밥으로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린다. 라디오헤드의 명곡 ‘Creep’이 단숨에 1990년대 말의 공기를 소환하고, 박은빈, 최대훈, 임성재의 캐릭터와 코미디 연기가 드라마의 개성을 선명하게 만든다. 차은우는 코미디 톤의 세 인물 사이에서 진지한 축을 담당하며 극의 균형을 잡는다.
히어로 팀 구성도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부족한 사람 취급받던 이들이 힘을 얻어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 자체는 충분히 설득력 있다. 그러나 ‘개차반’ ‘개진상’ ‘왕호구’로 대표되는 인물들의 조합은 팀으로서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8부작 드라마는 후반부에서 ‘가디언즈 오브 해성시’라는 제목을 내세우며 해성시 버전의 ‘가오갤’을 시도하지만, 정작 팀플레이의 쾌감은 살아나지 않는다. 마지막 8화는 90분 러닝타임의 승부수를 던지지만, 반복되는 클리셰와 힘 빠진 대사 탓에 극을 마무리 짓는 에너지가 부족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지만,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원더풀스’가 놀라운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었다면 ‘어떻게 보여줄까’를 좀 더 고민해야 했다. 시청자가 기대한 건 세기말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창적 초능력이었지, 다른 히어로물에서 반복되어 온 익숙한 능력이 아니다.
정유미(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