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사가 막판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양측이 조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20일 MBC 라디오 표준FM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노사 협상 전망에 대해 “여러 가지 상황을 봤을 때 노측이나 사측이나 부담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정안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밤늦게까지 협상이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20일 오전 10시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견해차는 상당 부분 좁혀졌지만 한 가지 쟁점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가운데 핵심 쟁점으로는 메모리 사업부 성과를 비메모리 사업부에 어느 정도 배분할 것인지가 거론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문제가 단순한 임금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되는 이유는 단순히 얼마를 지급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인정하고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사업부 규모가 크고 여러 개 사업부가 있는데, 성과급 배분 방식이 조직 분위기와 인재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반도체 사업부 안에서도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사업부별 실적과 시장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성과 기여도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최근 AI메모리나 HBM처럼 특정 분야의 성과가 크게 부각이 되면 과연 어느 조직이 실제 성과에 더 기여했느냐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정 사업부가 높은 성과를 냈다고 판단했는데 기대보다 적은 보상을 받는다면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부별 보상 차이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조직 간 위화감이나 장기적 협업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결국 성과급 배분 방식이 단순히 임금 문제가 아니라 사업부 간 균형이나 향후 보상 기조와 연결되기 때문에 막판까지 가장 민감한 쟁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기존 성과급 제도에 대해서는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보상이 달라져 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PS제도 연봉의 50% 상한제를 뒀기 때문에 유독 PS를 많이 받는 사업부가 있고 유독 적게 받는 사업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과 노조 측의 관점 차이도 짚었다. 이 교수는 “노조 측은 반도체 전체의 70%를 받고 개별사업부는 30%를 생각하는 것 같고, 사측은 반도체 전체가 40%, 개별사업부가 60%”라며 “사측은 전체 회사 운영 차원에서 고려하는 상황인 것 같고 노조 측은 반도체 중심의 성과급 체계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도 우려했다. 진행자가 파업 시 하루 1조원 손실, 최대 100조원 피해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배경을 묻자 이 교수는 반도체 공정의 긴 사이클과 공급망 신뢰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반도체 공정은 2~3개월 정도 된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된다면 매출 감소를 넘어서 협력사나 수출, 투자, 금융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회복을 하려고 해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고객사들이 공급 리스크를 우려해서 다른 경쟁사로 물량을 분산하기 시작하면 삼성 입장에서는 정말 막대한 금전적인 피해가 있고, 추가적으로 글로벌 고객들이 등을 돌아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특히 HBM, 즉 고대역폭메모리 분야의 신뢰도 문제가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제일 뼈아픈 건 삼성에서는 HBM을 어렵게 경쟁력을 갖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AI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HBM에 대해 이런 상황 때문에 향후 고객에게 공급을 못 한다면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에게도 공급을 하고 확대를 해야 되는데, 그 금전적인 손실을 떠나서 신뢰도 하락은 너무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사가 수급선을 바꿀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HBM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선두 기업이고,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TSMC가 선두 기업인 만큼 고객사가 물량을 옮길 수 있다고 봤다.
반도체 공정이 중단될 경우의 위험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반도체 공정은 자동차나 일반 전자제품의 단순 조립 방식이 아니라, 웨이퍼 위에서 회로를 수백에서 수천 단계에 걸쳐 계속 반복적으로 형성하는 초정밀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의 연속성이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중간에 공백이 발생하면 특성이나 제품에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산화, 증착, 포토, 식각, 이온주입 등 공정이 정밀하게 연속적으로 진행돼야 하고, 온도와 압력, 화학물질, 미세오염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주 작은 오차나 이물들이 있어도 수율이나 불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중단이 되면 대부분은 버려야 될 가능성이 크고 중간중간에 숙련된 엔지니어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업 시 필수 인력 규모를 둘러싼 노사 간 이견에 대해서도 생산 안정성과 품질 유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최소 인력이 운영되면 며칠 동안은 대응할 수 있지만, 그 인력으로 공정 문제를 해결한다거나 장비를 유지·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라인이 돌아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정적인 수율이나 품질을 얼마나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최소 인력이 장기화되면 생산 안정성이나 고객 신뢰 측면에서 매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체 인력 투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봤다. 이 교수는 반도체 공정에 대체 인력을 수급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는 말에 “불가능하다”며 “숙련된 엔지니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중노위에서 협상을 재개한다. 이 교수는 노사 모두 부담이 큰 상황인 만큼 막판 조정안 수용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협상이 결렬돼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공정 안정성과 글로벌 고객 신뢰에 적지 않은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