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위로보틱스가 대규모 후속 투자를 유치하면서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에도 시장 관심이 쏠린다. 관전 포인트는 단순한 ‘K-휴머노이드’ 기대감보다 웨어러블 로봇에서 축적한 실사용자 데이터가 실제 휴머노이드 경쟁력과 양산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위로보틱스는 최근 95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2024년 3월 13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 이후 2년여 만의 대규모 후속 투자다. 이번 라운드에는 시리즈A 투자사 전원이 다시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들이 재차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사업 확장성을 확인한 신호로 읽힌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지점은 위로보틱스의 사업 구조다. 회사는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WIM' 시리즈로 매출과 실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휴머노이드 로봇 'ALLEX' 개발로 연결하는 전략을 편다. WIM은 상용화 3년 차에 누적 판매 3000대를 넘어섰고 유럽, 중국, 일본, 터키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매출은 2023년 5억6000만원에서 2024년 13억원, 2025년 27억90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이미 2024년 연간 매출을 넘어섰다.
이연백 위로보틱스 공동대표가 "웨어러블 로봇으로 축적한 인간 움직임 데이터와 제어 기술이 차세대 휴머노이드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에서 하드웨어 완성도만큼 중요한 건 인간의 움직임을 얼마나 정교하게 학습하고 구현할 수 있는지다. 위로보틱스는 일상에서 착용되는 웨어러블 로봇을 통해 보행, 자세, 힘 제어 데이터를 누적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글로벌 선두 그룹과도 다른 접근이다. 미국 로봇 기업 피겨AI는 BMW 공장 파일럿을 통해 산업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1X 테크놀로지스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NEO’를 앞세워 실제 가정 환경과 원격 보조 기반 학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 유니트리는 저가 양산과 보급량 확대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이다. 반면 위로보틱스는 상용 웨어러블 로봇에서 확보한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휴머노이드 제어 기술로 확장하려는 구조다.
다만 글로벌 경쟁사와의 자본 격차는 부담이다. 피겨AI는 2025년 시리즈C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확보하면서 약 395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위로보틱스도 누적 투자 유치 규모가 1000억원대로 커졌지만, 글로벌 선두 기업의 단일 투자 라운드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산 일정도 변수다. 회사는 올해 말 연구용 플랫폼 출시와 내년 말 양산 체계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일부 글로벌 경쟁사는 이미 공장 실증이나 가정용 제품 사전예약 단계에 들어섰다.
이 같은 격차에도 국내 로봇 산업을 둘러싼 투자심리와 정책 환경은 개선되는 흐름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로보틱스-시작된 변화’ 보고서에서 국내 로봇 섹터에 정부 정책과 수급이 더해지고 있고, 1년여 공백을 보였던 로봇 IPO 시장도 본격 가동되고 있다고 봤다. 다만 하반기 이후 휴머노이드 초기 양산 결과와 기술 검증에 따라 섹터의 방향성이 갈릴 수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에 걸쳐 핸드, 센서, 휴머노이드 등 새로운 유형의 로봇 기업들이 IPO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휴머노이드 기업들의 상장 도전이 늘어날 경우 위로보틱스도 WIM의 매출 성장세와 ALLEX 양산 검증을 통해 기업가치를 설명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로봇 IPO에 대한 시장 관심은 다시 커지고 있지만 휴머노이드는 결국 양산 가능성과 실제 활용처를 증명해야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설득력이 높아진다”며 “위로보틱스도 웨어러블 로봇에서 확보한 매출과 데이터가 휴머노이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