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업대출 급증과 고환율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확대로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일제히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자본규제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에 따른 자본 차감과 손실흡수력 약화가 맞물리면서 금융권에서는 밸류업 가속화보다 건전성 지표와의 균형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대내외 리스크 요인으로 자본 비율 방어 부담이 증가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비롯한 가계부채 억제책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되자 은행들이 기업금융 영업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4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21조339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전체 증가액 24조1029억원의 88.5%에 달하는 수치다.
가계대출에 비해 위험가중치가 높게 책정되는 중소기업 및 대기업 대출이 급증하면서 자본비율 산출의 분모 역할을 하는 RWA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RWA 증가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 선을 돌파하면서 은행권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주요 금융지주의 RWA는 일제히 늘어났다. 하나금융이 12조1590억원(4.2%)으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신한금융 12조943억원(3.4%), KB금융 8조9873억원(2.5%), 우리금융 6조6840억원(2.8%)이 그 뒤를 이었다.
CET1은 금융회사의 자기자본을 RWA로 나눠 산출한다. 자사주 매입으로 분자인 자기자본이 감소한 상황에서 분모인 RWA가 늘어나자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올해 3월 말 잠정 기준 KB금융(13.6%), 우리금융(13.6%), 신한금융(13.2%), 하나금융(13.1%) 등 주요 지주의 CET1 비율은 전년 말 대비 0.2~0.3%p 하락했다. 주요 금융지주가 중장기 주주환원 확약의 기준으로 제시해 온 CET1 비율 13.0% 선 턱밑까지 하락세가 이어진 셈이다.
지방 금융지주의 경우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iM금융(12.0%), BNK금융(12.3%), JB금융(12.6%)의 CET1 비율은 이미 시중 금융지주 가이드라인인 13% 선을 하회하고 있다.
특히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적립률의 경우 지방은행 및 기타은행 부문이 지난해 말 101.7%에서 올해 3월 말 93.6%로 하락하며 100% 선이 붕괴돼 향후 경기 변동에 따른 여신 부실화 발생 시 대손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1일 발행된 한국기업평가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이 제시한 오는 2027년 총주주환원율 50% 이상 달성을 위해 하반기와 내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자사주 매입액은 KB금융 1조4608억원, 신한금융 1조2442억원, 하나금융 8541억원 규모다.
주주환원 재원을 자회사 배당에 크게 의존하는 금융지주 특성상 주력 자회사인 은행의 건전성 지표 관리가 변수로 꼽힌다. 올해부터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분의 위험가중치 하한이 기존 15%에서 20%로 상향된데다 4대 시중은행의 충당금적립률은 지난해 말 171.1%에서 올해 3월 말 153.2%로 하락하며 손실흡수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지주사의 조달 자금 중 자회사 배당금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감안할 때 은행의 건전성 지표 관리는 결국 지주사 차원의 환원 여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자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 98조원의 자금 공급 여력을 확보하는 자본규제 합리화 조치를 발표했으나 감독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 등 현장에 실제 세부 기준이 적용되기까지는 소요 시간이 필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기평은 보고서를 통해 "은행그룹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자사주 매입에 따른 보통주자본 차감 효과와 기업대출 확대에 따른 RWA 증가가 맞물려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과거보다 가중된 상태"라며 "정부 주도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 주주환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제는 밸류업 가속화보다 건전성 지표와의 균형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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