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생의 모닥불' 출간…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 담은 글 150편 수록

[재단법인 정토마을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여기 인생은 어느 날 저기 인생으로 옮겨간다. 여기서 저기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거장이 있다. 그것은 죽음이다."('마지막 정거장')
지난 30년 가까이 '마지막 정거장'을 지나는 수천 명을 배웅해온 능행스님이 산문집 '생의 모닥불'을 출간했다. 다른 이들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도우며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간결하고 섬세한 언어로 표현한 짧은 산문과 시 150편이 묶였다.
1993년 출가한 능행스님은 우연히 호스피스 병실을 방문했다가 불교계에 제대로 된 호스피스 시설이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2000년 불교계 최초 독립형 호스피스 시설인 정토마을을 세웠다. 2013년엔 울산시 울주군에 호스피스 전문 정토마을 자재병원도 개원했다.
스님은 자신처럼 호스피스에 종사하는 이들을 "삶과 죽음, 두려움과 고통의 소용돌이 속에서 헌신의 노래로 자비를 꽃피우는 사람들", "삶의 종착역에서 어디를 향해 떠나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그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동지' 중)이라고 표현한다.

'호스피스 영적돌봄가'로 오랜 시간을 보낸 스님은 죽음이 늘 곁에 있으며, 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루를 마치고 이불을 들치는 순간, '이 자리에서 내 몸이 떠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죽음을 온전히 기억할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제자리를 찾게 된다."('밤의 묵상' 중)
언제 닥칠지 모를 좋은 마무리를 준비하는 방법을 '선업'(善業)을 쌓는 것이라고 능행스님은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스님은 "조건 없는 마음으로 짓는 선업은 이생을 떠나갈 때 이생에서 저생으로 건너갈 수 있는 마지막 배"('선업 쌓기' 중)가 되며 "재앙을 막아주는 울타리와 대문이 선업의 공덕"('선업의 공덕' 중)이라고 말한다.
죽음을 가까이하고 기억하는 일은 지금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한다.
능행스님은 "언젠가 이 모든 것을 놓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오늘 이 순간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내가 없는 세상' 중)며 "온전히 내 뜻대로 숨 쉴 수 있는 지금, 단 한 번뿐인 삶을 아낌없이 껴안고 더 뜨겁게 사랑하라"('인생의 계절' 중)고 힘줘 말한다.
스님은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매일같이 죽음을 보고 만지는 무거운 일상 속에서, 도리어 나를 위로해 주었던 짧은 생각들"이었다며 "가끔 사는 일이 고통의 연속처럼 느껴져 숨이 막혀올 때, 이 책이 당신에게 잠시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김영사. 232쪽.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