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증시 조정 땐 예금 등 안전자산 회귀 가능성
예금 기능 일부 대체한 CMA·발행어음…자산배분 변화 가능성

증시 활황과 함께 은행 예금에서 증권 계좌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를 두고 전문가들의 진단이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낮은 예금금리와 증시 상승에 따른 일시적 이동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예금 중심 자산관리 방식이 흔들리는 신호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19일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흐름을 금리와 증시 환경에 따른 순환적 현상으로 봤다. 김 교수는 “현재는 금리가 낮은 상황이라 은행도 금리를 높게 주기 어려운 구조”라며 “증시 수익률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자금이 주식 거래가 용이한 증권사 단기성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3년 1월 연 3.50%까지 오른 뒤 장기간 동결됐다가 2024년 10월부터 인하 국면에 들어섰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다.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 예금뿐 아니라 CMA·발행어음 금리에도 영향을 주지만 증시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단기자금을 은행보다 증권 계좌에 머물게 하는 유인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증권사 수신성 상품이 일부 저축성 자금을 흡수할 수는 있지만 은행권 수신 구조를 흔들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늘면서 발행어음 등 증권사 수신성 상품이 확대된 효과는 분명히 있다”며 “은행 예금보다 리스크는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위험은 크지 않고 수익률은 더 높기 때문에 일부 저축성 자금을 흡수하는 흐름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머니무브의 핵심을 증권사 수신성 상품 확대보다 증시 활황에 따른 투자자금 유입으로 봤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움직임은 주가 상승 기대에 따라 증권 계좌로 들어오는 자금이 많아진 측면이 더 크다”며 “증권사 예탁금도 모두 증권사 안에 머무는 것은 아니고 일부는 정기예금 등으로 다시 운용되기에 이 같은 흐름이 은행 수신 구조 자체를 흔들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김 교수는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거나 금리가 다시 높아지면 자금이 은행 수신성 자금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증시 상승 국면에서는 자금이 증권사 상품에 머물러 있다가 흐름이 바뀌면 다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머니무브가 자산배분 방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저금리와 증시 활황이 맞물리면서 예금만으로는 기대수익률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발간한 ‘K-IB 2.0 : 머니무브 속 종투사의 현주소, 성장 전략과 리스크 점검’ 보고서도 가계자산 구조 변화 가능성을 짚었다. 보고서는 한국 가계자산에서 부동산과 현금·예금 비중이 약 80%에 달하는 반면 자본시장 비중은 9% 수준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계자산 구조가 부동산·예금 중심에서 주식·채권·펀드 등으로 이동하면 자본시장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봤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더라도 증권사의 외형과 신용도가 과거보다 개선되면서 발행어음 등을 통해 예금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인식도 생기고 있다”며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과거 은행에 쏠려 있던 자금이 증권사로 퍼지는 계기가 된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어음과 IMA는 원리금보장상품과 비교해 수익률 측면의 매력이 있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중·저위험 선호 고객을 유치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여전히 증권사 수신성 자금은 개인 비중이 높지만 법인 비중도 과거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여윳돈이 은행 요구불예금과 정기예금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CMA·발행어음 등 증권사 수신성 상품이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제공하면서 예금의 일부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예금의 유동성과 안정성 때문에 은행으로 자금이 몰렸지만 지금은 CMA나 발행어음 같은 상품이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증권사 상품에서도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느끼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없던 상품과 투자 환경이 생긴 만큼 자산 배분 패턴 자체가 바뀌는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