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대법원 3부(오석준 주심 대법관)는 오뚜기가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75억4900만원 배상을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 13일 해당 펀드의 또 다른 투자자인 JYP를 상대로 NH투자증권이 30억원을 배상하도록 확정한 대법원 판단과 동일 쟁점 사건이다.
대법원은 “NH투자증권이 이 사건 펀드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오뚜기에게 고의적인 기망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투자설명서에는 기본적인 수익구조나 투자대상, 이익 실현 가능성에 상당한 의심이 드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NH투자증권은 이를 알 수 있음에도 의문점을 충분히 검토해 해소하지 않은 채 펀드 투자를 권유하면서 위험성에 관해 충분한 설명도 하지 않아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은 2019년 옵티머스 자산운용과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자산운용으로부터 받은 제안서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매출채권을 양수한 뒤 만기 도래시 발주기관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는 구조였다.
NH투자증권은 이후 여러 전문 투자자에게 해당 상품을 소개했고, 2019년 4~6월 사이 이번 사건의 원고인 오뚜기에게도 투자를 권유해 150억원의 투자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듬해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해당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NH투자증권을 통해 모집된 투자금이 사모사채 발행회사를 거쳐 부동산개발사업, 개인의 주식과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 투자에 사용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사건과 관련해 김재현 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가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았고, 2022년 대법원에서 징역 40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751억7500만원의 형이 최종 확정됐다.
해당 펀드의 투자자였던 오뚜기는 2021년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등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해 입은 펀드 투자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번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오뚜기는 “펀드 신탁업자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양도받을 수 있는지 등 투자구조의 실재성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허위로 기재된 투자설명서를 이용해 이 사건 펀드가 안정성이 높은 것처럼 설명하고 투자를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NH투자증권은 자신들은 단순히 펀드를 중개했을 뿐이고, 오뚜기는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라 자신들이 투자권유 단계에서 설명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맞섰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오뚜기 손을 들어 투자금 150억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NH투자증권 모 금융센터 소속 담당자는 ‘펀드 투자대상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본사 법무팀에서도 상품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한국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LH 공사 등 공공기관이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다만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은 2024년 손해배상금을 75억4900만원으로 감액했다.
2심 재판부는 “옵티머스 자산운용 경영진인이 투자설명서에 쓰인 내용과 같이 투자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음에도 관련 문서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투자자와 금융기관들을 기망해 거액의 투자금을 적극적으로 편취한 것”이라면서 “NH투자증권에게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 결정도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