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10대 정책’ 등 주요 공약을 내놓은 가운데, 구체적이고 다양한 기후 대응 정책을 내놓은 정당은 진보당과 정의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의 기후 공약도 구체적이고 다양했지만, 기후 대응과 함께 경제 활성화나 산업 경쟁력을 강조하는 쪽이었다. 기본소득당과 개혁신당은 기후 정책이 다양하지 않았고,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은 10대 정책 가운데 기후 정책이 없었다.

19일 한겨레가 7개 원내 정당과 정의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이번 지방선거 10대 정책을 분석해보니, 진보당과 정의당의 기후 대응 정책이 가장 다양하고 구체적이고 적극적이었다. 진보당은 공약 목표 자체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대전환’이었고, 유일하게 ‘2050년 탄소 중립 달성’도 언급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진보당은 에너지와 관련해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반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재검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도권 입주 금지 등 논란인 현안을 포함했다. 또 핵 발전소와 관련해 △신규 핵 발전소 백지화 △핵 발전소 조기 폐쇄와 탈핵 법제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반대 등을 공약했다.

교통과 주거 분야에서도 진보당은 대중교통으로의 전환,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정책들을 내놨다. 교통과 관련해 △친환경·공공 교통수단 확대 △버스 완전 공영제 △단계적 무상 교통 도입을 공약했고, 주거와 관련해서는 △기후위기를 고려한 최저 주거기준 마련 △제로에너지 건축·친환경 리모델링 지원 △건축물 에너지 소비 증명제 △건축물 에너지 총량제 확대 등을 공약했다. 진보당은 이런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기후공동책임세’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지방선거 당 정책의 양대 목표로 △지역별 분산형 에너지 생산·폐기물 처리 체계 구축 △건물·교통 분야에서 탄소 배출 절감을 제시하는 등 기후정책을 중심에 뒀다. 먼저 에너지 부문에선 △분산 에너지 특화 지역 지정과 함께, 생산지에서 전력을 바로 소비하게 하는 △소규모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 확충, 이를 통한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과 재생에너지 100% 사용 의무화를 공약했다.
또 건축과 관련해선 △새 건물 제로에너지 의무화 △옛 건물 그린 리모델링 지원 △화석연료 보일러의 수열 히트펌프로 교체를 제시했고, 교통과 관련해선 △단계적인 대중교통 무상화 △자전거·보행자 중심 도로 다이어트를 내놨다. 이들 사업의 재원은 부동산 재산세 탄력세율 확대, 지방교부세 교부율 인상, 에너지 전환 기금 조성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 ‘재생 에너지로의 대전환’을 공약했다. 다만 앞서 진보당·정의당과 달리, 기후 정책을 경제 활성화나 산업 경쟁력과 연계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먼저 기후·에너지와 관련해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단지 구축 △지방에 분산형 전력망 구축과 첨단 기업 유치 △ 액화 수소플랜트 구축과 수소 산업단지 조성 △배출권 거래제 유상 할당 비중 확대 △철강·석유화학 산업 저탄소 전환 등을 공약했다.

민주당의 공약엔 농업과 임업 정책도 있었는데, △친환경 유기 농업 확대와 탄소 중립 직불금제 도입 △ 임업을 탄소 중립과 균형 발전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 등 이 대표적이었다. 또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2030년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송전망 경과지 주민 지원 확대 등이 포함했다. 민주당은 법률·조례를 개정하고, 재원은 △(국가 재정의) 연간 총수입 증가분 △민간자본 유치 △재정 지출 효율화 등을 통해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본소득당은 당명처럼 “태양광·풍력 발전을 하고 탄소세를 걷어 그 소득을 모두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했다. △기후 채권·에너지 펀드 발행 △해상 풍력의 공유수면 활용 △국·공유지의 발전 사업에서 나오는 모든 이익을 햇빛바람소득으로 모든 시민에게 배당하겠다는 것이다. 또 탄소 1톤당 8만원의 탄소세를 걷어 그 수입도 모든 시민에게 배당하겠다고 했다. 기본소득당은 이외 다른 기후 정책이 없었다.
개혁신당은 본격적인 기후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고, 민주당처럼 경제, 산업, 성장 등에 연계시키려는 모습이었다. 교통 정책으로 “차량 이용 제한(요일제·부제)에 참여하는 경우 자동차세 대폭 감면”을, 에너지 분야에서 “친환경·에너지 혁신 기업에 민간 투자 활성화”를 제시했는데, 재원은 환경 특별회계와 민간 투자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외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은 10대 정책에 기후 공약이 없었다.

시민·환경단체 연대체인 ‘기후정치바람’이 지난 14일 발표한 주요 정당들의 지방선거 기후 정책 평가 결과를 보면, 가장 정책 공약이 좋은 정당은 진보당(전체 9개 항목 중 ○ 5개, △ 2개, X 2개. ○를 2점, △를 1점으로 계산)이었고, 정의당이 2위, 민주당이 3위, 기본소득당이 4위, 국민의힘과 혁신당이 5위, 개혁신당이 7위, 사민당이 8위를 차지했다. 이 평가를 총괄한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지난 지방선거나 총선거 때보다 기후위기가 더 심각해졌는데 정당들은 더 나은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진보당과 정의당이 예산과 조직 체계 등 이행수단을 포함한 정책을 제시했을 뿐, 민주당과 기본소득당은 내용이 미흡했다. 국힘이나 혁신당, 사민당의 10대 정책에서 기후 문제가 빠진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