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태원 특조위) 조사국장이 자신과 송기춘 전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를 막기 위해 특조위 조사관을 사적으로 동원하려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송 전 위원장은 직원 신고가 상임위원에게 보고된 지 이틀 뒤 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태원 특조위 조사 기한(9월16일)이 4개월가량 남은 가운데 벌어진 내홍으로, 특조위의 진상규명 활동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송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위원장직을 사임하기에 앞서 지난달 17일 비공개회의에서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송 전 위원장의 사퇴 사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특조위 내·외부에선 한상미 이태원 특조위 진상규명 조사국장에 대한 ‘직장 내 부당지시와 괴롭힘 관련 고충 민원’ 신청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송 전 위원장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한 국장은 이태원 특조위에서 진상규명 분야 실무를 총괄한다.
특조위 안팎에서는 그간 참사와 관련된 기관 조사보다 피해자 조사에 방점을 둔 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한 국장과 송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왔다. 한 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11일 ㄱ조사관에게 연락해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시민대책회의)가 송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낼 것’이라며 ‘조사관들이 성명서를 내서 막아줄 수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다고 한다. 또 “시민대책회의는 특조위 바깥의 사조직 단체”라고 강조하거나 ‘특조위 일부 위원들이 연관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한 점도 고충 민원 내용에 포함됐다. 시민대책회의는 실제 4월13일 특조위원들에게 조사 방향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강한 사퇴 요구 등을 담은 내용은 아니었다고 한다.
한 국장은 일부 특조위원들이 지난달 14일 ‘위원장과 조사국장의 독단 때문에 조사에 차질이 생겼다’며 사퇴를 요구한 뒤 ㄱ조사관에게 한층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장은 하루 뒤인 15일 ㄱ조사관을 불러 “위원장님 방어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한 국장은 지시 과정에서 “22번 과제 빨리 안 해도 된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반박) 자료가 될 만한 업무, 메일 보고, 위·양(사퇴를 주장한 위은진·양성우 위원)·박(박진 사무처장)에 연결되는 자료를 (찾아서) 만들어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특조위의 22번 과제는 ‘10·29 이태원 참사 지역 내 위험 환경 요인과 관리 책임 조사’다. ㄱ조사관은 이와 관련해 특조위에 “본래 조사기획 업무에서 벗어나 조직 내 권력 갈등의 지원자로 동원했다”는 취지로 문제점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부 갈등은 한 국장이 고충 민원을 제기한 특조위 직원을 지난달 27일 무고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 국장은 한겨레에 “전부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고소를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한 서울 중부경찰서는 최근 한 국장과 ㄱ조사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 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특조위 관계자는 “내부 조사 중인 상황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송 전 위원장은 “위원장직 사임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