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협력, ‘대중 견제’보다 ‘실용’에 무게 둬야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정상회담장인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정상이 지난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건설적인 전략적 안정 관계’를 만들어가기로 합의한 직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한국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했다. 국제 질서가 요동치는 중요한 시기에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인 한·일 정상이 자주 만나 협력을 강화해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중동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 에너지 공급망 강화 등 실질 협력을 강화해가되, 양국이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19일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만나 “지금 국제 정세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며 “(한·일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교감의 폭을 넓혀나가면서 실용적이면서도 획기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화에 중추적 역할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우리가 ‘실용적 협력’에 방점을 둔 데 견줘, 일본은 “지역 안정화”라는 좀 더 ‘전략적 협력’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두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 1월 일본 나라 회담 이후 불과 넉달 만이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다카이치 총리의 방한 ‘시기’였다. 일본은 중-일 갈등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중국 견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왔다. 오랜 기간 ‘평화헌법’에 억눌려 있던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위예산을 국내총생산의 2%로 늘리고, 상대의 영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도록 ‘반격 능력’도 확보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3일 “때가 왔다”며 개헌에 대한 굳은 결의까지 밝힌 상태다. 동시에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오스트레일리아·필리핀 등과 군사 협력을 확대·심화해가기 위해 애를 써왔다. 하지만 미·중이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타협’을 맺을 가능성이 커지자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쿄에 미리 들르도록 교섭하는 한편, 총리의 방한을 서둘렀다. 미국의 지나친 대중 접근을 막고 한·일이 밀착하는 모습을 연출하려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언론 발표문에선 지난 7일 열린 한-일 안보정책협의회(2+2회의)가 “차관급으로 격상”됐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한·중·일 3개국이 서로 존중·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앞서 일본이 원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대해 “체결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과 전략적 소통은 강화하면서도 나름의 균형을 지킨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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