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브라크가 탄생시킨 '입체주의' 명작들, 서울서 만난다

피카소 '여인의 흉상'·브라크 '기타를 든 여인' 등 43명 작가·91점 전시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전시 전경
[퐁피두센터 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는 가로로 긴 낡은 건물 한 채가 있었다. 건물주는 방에 가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쪼개 세를 놓았고, 싼값에 돈 없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시인 막스 자코브는 가로로 길게 늘어서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건물이 센강의 '세탁선'처럼 생겼다며 '바토 라부아르'(세탁선)라 불렀다.

스페인 소도시 말라가에서 태어난 파블로 피카소(1881∼1973)도 1904년 세탁선에 방을 얻어 작업실로 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프랑스 출신 화가 조르주 브라크(1882∼1963)와 만났다.

두 사람은 사물을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새로운 회화 언어를 만들고 발전시켰다. 20세기 초 서구 미술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꾼 혁명적 사조로 평가받는 입체주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전시 전경
[퐁피두센터 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조르주 퐁피두 국립예술문화센터(퐁피두센터)와 한화문화재단이 파트너십을 맺고 문을 연 미술관 '퐁피두센터 한화'가 다음 달 4일 개관전으로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개최한다.

피카소와 브라크를 비롯해 프레낭 레제, 프랑시스 피카비아 등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43명의 작품 91점을 선보인다. 모두 퐁피두센터 소장품이다.

전시를 기획한 크리스티앙 브리앙 퐁피두센터 근대 컬렉션 총괄 큐레이터는 "퐁피두센터가 매우 뛰어나고 비범한 입체주의 작품들을 풍부하게 소장하고 있어 한국 관객에게 선보일 첫 전시로 입체주의를 선택했다"며 "입체주의는 20세기에 전개된 모든 미술 발전을 파악하는 데 필수 양식"이라고 설명했다.

파블로 피카소 작 '여인의 흉상'
[퐁피두센터 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입체주의가 탄생한 1907년부터 1927년까지 파리를 중심으로 전개된 입체주의 흐름을 8개 섹션으로 나눠 연대기 순으로 조망한다.

피카소의 1907년 작 '여인의 흉상'은 입체주의의 시작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피카소의 걸작 '아비뇽의 처녀들'(1907)과 같은 시기에 만든 작품으로 아비뇽의 처녀들에 등장하는 인물과 닮았다.

아프리카 가면에 나타나는 흉터 문양을 연상시키는 채색 기법을 차용해 재해석한 방식을 보여준다.

강렬한 눈과 기하학적으로 강조된 코를 지닌 타원형 얼굴이 특징이다.

피카소의 1910년 작 '기타 연주자'는 그의 입체주의 작품이 추상으로 나아가는 변화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기타 연주자의 모습은 수직선과 수평선, 사선으로 표현되고 머리는 짧은 원통 형태로 축약됐다. 기타는 화면 중앙에서 악기의 목을 연상시키는 몇 번의 붓질로만 표현됐다.

조르주 브라크 작 '기타를 든 여인'
[퐁피두센터 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모습은 브라크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1911년 작 '원형 협탁'은 탁자 위에 놓인 오브제를 수많은 기하학적 파편으로 쪼개 원형 협탁으로 보이는 반원 형태 위에 쌓아 놓았다. 피카소가 인물화로 입체주의를 표현했다면 브라크는 정물화를 통해 대상을 충실하게 모방하는 환영주의에서 멀어졌다.

1912년 작 '기타를 든 여인'은 파편화된 기하학적 면들 사이에서 여인의 감은 눈이나 미소 짓는 입술, 머리카락 등이 슬며시 드러나는 작품이다.

화면 중앙 하단에는 기타의 몸통과 줄이 비교적 분명하게 그 형태를 드러낸다. 브라크는 나뭇결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금속 빗으로 표면에 결을 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기타 아래는 신문지가 등장한다. 실제 신문을 붙인 것은 아니지만 브라크가 개발한 신문지나 악보를 붙이는 '파피에 콜레'(Papier Colle) 기법을 떠올리게 한다.

페르낭 레제 작 '결혼식'
[퐁피두센터 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사람의 입체주의는 다른 예술가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페르낭 레제의 1912년 작 '결혼식'은 전통적 원근법을 산산이 깨뜨린, 입체주의의 선언문과 같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신랑 신부와 결혼식 참석자들을 묘사한 작품으로 철저히 파편화된 형태의 넓은 색면들로 표현됐다.

로베르 들로네와 프랑시스 피카비아, 나탈리아 곤차로바, 후안 그리스 등 피카소의 영향을 받아 입체주의를 발전시킨 작가들의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전시 전경
특별 섹션 '코리아 포커스: 모던 아방가르드를 향한 꿈의 지도' [퐁피두센터 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함께 특별 섹션 '코리아 포커스: 모던 아방가르드를 향한 꿈의 지도'도 선보인다. 20세기 전반 한국 근대 예술 형성 과정에서 파리가 지녔던 상징적·문학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입체주의가 한국 근대미술에 어떤 방식으로 수용되고 변주됐는지를 살펴보는 자리다.

김환기, 유영국, 박래현, 이수억 등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서구 아방가르드가 한국적 현실과 감각 속에서 새롭게 번역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주현 퐁피두센터 한화 수석 큐레이터는 "퐁피두센터 한화가 한국과 국제 미술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한국 미술의 역사적 서사를 세계 미술사 속에서 새롭게 제시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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