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도 치통은 힘들었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러시아 시베리아 동굴에서 발견된 5만9천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어금니 화석. 치아에는 돌 도구를 사용해 일부러 구멍을 낸 흔적이 남아 있다. 고고학자들은 이를 치통 완화를 위한 치료 흔적으로 해석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플로스 원’ 제공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욱신거리며 날카롭게 파고드는 치통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을 뒤흔든다. 밤잠을 설치게 하고 음식을 씹을 수 없게 하며 집중력을 무너뜨린다. 치통은 인류에게 아주 오래된 통증이다. 놀라운 것은 치통을 견디고 완화하려는 시도가 수만년 전에도 존재했다는 점이다.

최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소속 고고학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한 논문에서 무려 5만9천년 전 고인류의 치아 치료 흔적을 공개했다. 시베리아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어금니 화석에서 매끄럽게 갈아낸 구멍이 발견됐는데, 연구진은 이 지역 광물인 벽옥으로 만든 가늘고 긴 도구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돌리는 방식으로 같은 모양의 구멍을 만들 수 있음을 입증했다. 작업은 대략 35~50분 걸렸다.

왜 이런 고통스러운 시술을 했을까? 치통은 염증으로 인한 압력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할 때 심해지는데, 어금니에 뚫은 구멍이 이 압력을 줄여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찾아보면 이전에도 비슷한 뉴스가 많이 있었다. 2017년에는 어금니를 이쑤시개 같은 도구로 파내어 생긴 홈 흔적들이 13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치아에서 발견됐다. 과감한 드릴 치료는 아니었지만 치아 관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중요한 일이었음을 보여준다. 같은 해 나온 다른 논문은 스페인 동굴에서 발견된 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유골의 치석에서 아스피린의 원료 성분(살리실산)을 찾아냈는데, 이는 진통 약효가 있는 식물들을 씹어 치통을 견디는 법을 이들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우리의 직계 조상은 아니지만, 네안데르탈인이 단지 야만적이고 열등한 종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늘고 있다. 치통을 견디고 완화하는 데도 이들은 우리 인류와 비슷한 방식으로 대처했을 것이다.

동굴 생활을 많이 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은 훨씬 이후 시대의 것들이 주로 발굴된다. 1만3천년 전 이탈리아 석기 시대의 앞니 화석들에서 충치 부위를 뾰족한 돌 도구로 긁어내고 일종의 충전재로 메운 흔적이 2017년 발견되었고, 같은 해 파키스탄 신석기 유적지에서는 9천년 전 활줄과 부싯돌을 이용해 어금니에 정교한 구멍을 뚫은 흔적이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이 왜 고인류의 치아와 치통에 관심을 기울여왔을까? 우리가 겪는 통증을 오래전 고인류는 어떻게 견뎌냈는지는 현대인의 흥미로운 관심사인 듯하다. 치아는 잘 보존되는 뼈인데다 치료 흔적이 대체로 분명하게 남아 있어 고고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축적할 수 있었다. 기록으로 확인되는 최초의 치과 의술은 기원전 268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고고학 증거는 발치 외 다른 치료술도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왔음을 말해준다.

극심한 치통의 감각은 수만년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지만, 통증과 싸우던 치열한 흔적은 치아에 고스란히 남아 전해진다. 5만9천년 전 돌 도구로 어금니에 구멍을 뚫어야 했던 네안데르탈인도 오늘날 치과 진료 의자에 앉는 우리와 같은 간절함으로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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