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쟁 중에도 그린란드 눈독…특사 보내고, 돈 풀며 ‘호시탐탐’

2월4일 유빙이 떠다니는 그린란드 수도 누크 해안에서 사람이 걸어 다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욕심이 다시 꿈틀거린다. 그의 특사가 현지 초청도 없이 그린란드를 기습 방문하는가 하면, 미국인이 그린란드에서 돈을 미끼로 ‘미국 병합 지지 서명’을 받다가 덜미를 잡혔다.

켄 하워리 주덴마크 미국 대사는 18일(현지시각) 엑스(X)에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와 무테 에게데 외무장관을 만나 기쁘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특사(제프 랜드리)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며 “우리의 솔직하고 생산적인 논의에 감사하다”고 썼다. 이날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정부 청사에서 열린 랜드리 특사와 닐센 총리의 회동 소식을 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미국 루이지애나 주지사인 랜드리 특사는 1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비공식 방문 중이다.

그가 내건 방문 목적은 19일 그린란드 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경제 콘퍼런스’ 참석이다. 랜드리 특사는 17일 누크 공항에 내리면서 “어젯밤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했는데, 그는 내게 ‘가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호전적인 의도는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린란드 기업협회는 랜드리 특사를 콘퍼런스에 초청한 적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의 행낭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문구가 적힌 빨간 모자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린란드 의료 체계를 평가하겠다며 의사도 대동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이번 방문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그린란드 병합 욕심을 다시 드러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번째 임기 시작 직후인 지난해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하고 싶다”고 공공연히 밝혔고, 올 1월엔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군사력 동원을 불사하겠다고 했다. 이후 그린란드·덴마크 등 유럽 반발에 부딪치자 ‘무력 침략은 않겠다’고 물러선 상태다.

닐센 총리는 이날 회담 뒤 “미국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어떤 징후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린란드를 갖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닐센 총리는 “그린란드 국민은 팔 물건이 아니며, 그린란드인들이 자결권을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상기시켰다. 이것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특사인 제프 랜드리가 지난해 3월 백악관에 들어서는 모습. 그는 현직 루이지애나 주지사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특사 방문 외에도 미국은 그린란드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물밑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미 기업 크리티컬 메탈스는 그린란드 탠브리즈 희토류 광산 지분 92.5%를 인수해 운영권을 차지했다. 그린란드 남부의 이 광산은 중국 이외 지역의 희토류 광산 중 최대로 평가된다. 희토류 등 전략자원 확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그린란드 인수 명분 중 하나다.

이달 초엔 86살 미국인이 누크 거리에서 미국 병합 지지 서명을 받다가 현지 언론들에 꼬리를 잡혔다. 그는 서명하면 20만달러(3억원)를 주겠다며 시민들을 꼬드겼다. 스탠리는 이 캠페인이 미 정부의 지시가 아닌 “개인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지만, 닐센 총리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정부 간 물밑 협상에서도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1월부터 그린란드·덴마크 정부와 양쪽 관계를 재정립 하기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 그린란드에 미 공군기지 주둔을 허용한 1951년 미-덴마크 방위협정 개정이 핵심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그린란드가 덴마크에서 독립하더라도 미군이 영구 주둔하는 쪽으로 협정을 고치려 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은 그린란드에 대한 외부의 투자 사업을 심사·거부할 권리도 요구하고 있다.

덴마크국제문제연구소(DIIS) 연구원 울리크 프람 가드는 르몽드에 “이는 자결권 원칙과 그린란드의 주권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덴마크 국영 TV2 방송은 그린란드에 덴마크군 150명이 배치돼 있으며, 9월부터는 징집병도 둘 예정이다. 덴마크 왕립국방대학의 페테르 비고 야콥센 교수는 르몽드에 “그린란드에서 존재감을 보여줘 트럼프가 우리를 (방위 태세가 부실하다고) 공격할 명분을 없애고, 우리가 좋은 동맹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짚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1월17일 그린란드 시민들이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미국의 병합 시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 시민이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를 들어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회 41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