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국가가 아닌 ‘전기국가’를 선언한 정부가, 처음으로 법정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내놨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현재의 2.7배 수준인 100기가와트(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수도권 등에 초대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하고, 200만 가구를 상대로 ‘베란다 태양광’을 보급하고, 공장 지붕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2026~2035)을 발표했다. 올해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처음으로 수립된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으로, 정부는 앞으로 5년마다 10년짜리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안도 함께 논의됐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37.1GW였던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100GW로 확대해 현재 세계 20위 수준인 재생에너지 용량을 10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1GW는 통상 원전 1기 용량이다. 에너지원별로 태양광은 30.8GW에서 87GW로, 육상풍력은 2.1GW에서 6GW로, 해상풍력은 0.4G기가와트에서 3GW로 확대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9.8%였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35년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계획이 이행되면, 2018년 대비 전력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5년까지 68.8~75.3%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이는 약 1억9470만~2억1300만톤의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q)에 해당하며, 최근 우리나라 한 해 배출량의 4분 1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급 확대 △비용 저감 △산업 경쟁력 강화 △국민 체감 향상 △거버넌스 강화 등 5대 과제와 10대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계통 여유가 있는 수도권과 충청·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초대형 재생에너지 거점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범정부 ‘초대형 계획입지 발굴 추진단’을 구성하고, 간척지, 영농형 태양광, 접경지역 평화 태양광 벨트 등을 활용해 10개 이상의 GW급 신규 태양광 사업(12GW 규모)을 발굴할 계획이다. 예정지로는 경기권(시화·화옹 지구, 평택항), 충청권(태안·서산 간척지) 등이 거론된다.

공장 지붕과 도로, 철도, 농수로 등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보급도 늘린다. 신축 공장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고, 인허가 병목 해소와 계획입지 제도 도입 등을 통해 보급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보급 목표는 44.2GW다.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도 절반 수준으로 대폭 낮춘다. 2035년까지 태양광 계약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80원, 육상풍력은 120원, 해상풍력은 150원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다. 현재 이들의 발전 단가는 각각 150원, 180원, 330원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500메가와트 이상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를 ‘장기 고정가격 계약시장제도’로 개편한다. 기후부 관계자는 “공급의무화제도가 개편되면 정부가 경쟁입찰을 통해 태양광도 관리할 수 있고, 장기 고정가격을 체결해 상한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햇빛·바람·계통 소득 등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1천만명의 재생에너지 소득’을 구현하고, 2035년까지 베란다 태양광을 200만 가구에 보급하는 등 자가용 태양광 설비도 늘린다. 이 밖에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재생에너지 전담 조직을 두는 부처도 현재의 농식품부·행안부·국방부에서 확대하고 지방정부 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원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부 역할도 강화하기로 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