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서도 가계 빚이 큰 폭으로 불어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을 비롯한 비은행권에서 ‘주택관련대출’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 데서 주로 비롯되고 있다. 빚을 내어 주식 투자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도 가계 부채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내놓은 ‘1분기 가계신용(잠정)’ 조사 결과를 보면, 3월 말 가계신용(빚) 잔액은 1993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견줘 14조원(0.7%) 늘었다. 지난해 3월 말보다는 68조1천억원(3.5%) 늘어난 수준이다. 가계신용은 은행 등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대금 결제를 하지 않은 판매신용(신용카드 판매액 등)을 합친 금액이다.
전체 가계신용 중에서 가계대출이 많이 늘었다. 1분기 동안 증가 폭이 12조9천억원에 이르러 전 분기 증가 폭(11조3천억원)보다 컸다. 가계대출을 상품별로 보면 주택관련대출이 8조1천억원 늘어 전 분기(7조2천억원)보다 많았다. 여기서 주택관련대출에는 개별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전세자금대출 및 집단대출이 포함돼 있다.
가계대출 중 기타대출도 지난해 4분기 4조1천억원에서 올 1분기 4조8천억으로 확대됐다. 이는 증권사 신용공여액 증가에서 주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됐다. 증시 활황 속에서 빚을 내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많았음을 반영한다.
가계대출을 기관별로 나눠 보면, 예금은행에서는 지난해 4분기 6조원 증가에서 올해 1분기 2천억원 감소로 전환됐다. 은행권 주택관련대출의 증가 폭이 축소되고 기타대출이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반면,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는 증가 폭이 지난 4분기 4조1천억원 증가에서 올 1분기 8조2천억원 증가로 불었다. 전세 품귀와 월세화 흐름 속에서 전세 수요가 중저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고 있는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은행권에서 밀려난 자금 수요자들이 비은행권에서 돈을 많이 꾸어 쓰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보험회사, 여신전문기관, 공적 금융기관 등 기타금융기관에서도 가계대출 증가 폭이 1조2천억원에서 5조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기타금융기관에서는 주택관련대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감소 폭은 줄었고 기타대출의 증가 폭이 확대됐다.
이혜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관련대출 증가 흐름에 대해 “금융 당국서 관리를 강화하기 이전 비은행 쪽에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 당국의)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팀장은 그러면서도 “주택매매가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어 유의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계 빚 중 판매신용은 신용카드 이용규모 확대 등으로 전 분기보다 1조1천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지난해 4분기(3조원)에 견줘 줄었다. 개인 신용카드 이용 규모는 지난해 말 204조3천억원, 올해 3월 말 현재 204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