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사망시 상환’ 차용증 쓰고 아파트 구입…국세청, 127명 탈세혐의 검증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30대 초반 사회 초년생 ㄱ씨는 강남권 신도시의 20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하는데 소액의 담보대출을 받고, 취득자금 대부분은 상가 건물주인 아버지로부터 10억원 넘게 차입해 차용증을 작성했다. 차용증엔 아버지 사망시점을 상환 기한으로 정하고, 이자도 상환 시점에 일괄 지급하는 것으로 적는 등 통상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차용증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이 ㄱ씨 사례처럼 편법 증여 의심 사례 등을 포함한 탈루혐의자 127명에 대한 탈세 검증에 나선다고 19일 밝혔다. 국세청은 2024년부터 최근까지 주택을 매입한 이들 중 현금이 많거나 사인 간 채무가 많은 경우, 탈세 의심 자금으로 다주택을 취득한 경우, 30억원 이상 고가 주택 취득자 등의 유형에서 조사 대상자를 추려냈다. 국세청은 이들의 취득 규모만 약 3600억원으로, 탈루 금액은 1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기업 직원인 30대 ㄱ씨 부부 역시 편법 증여 의심 대상이다. 30억원대 서울 강남 고가 아파트를 대출 없이 전액 자기자금으로 구매했지만, ㄱ씨는 신고소득에 비해 현금이 많았다. ㄱ씨 아버지는 자녀가 아파트를 매매하기 직전 30억원 넘는 해외주식을 매각했으나 사용처가 불분명했다. 국세청은 ㄱ씨가 고가 아파트 취득자금을 아버지로부터 편법 지원 받아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산 것으로 보고, 편법 증여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사업 소득을 누락해 주택 매매에 쓴 사례도 확인됐다. 한 농산물 도소매업자는 2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사면서 수억원의 예금을 자금원천으로 신고했지만,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매출을 신고누락한 자금으로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뿐만 아니라 소득 누락 혐의가 있는 사업체까지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이처럼 자금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업소득을 누락하거나 법인자금을 유출해 주택 취득자금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관련 사업체까지 범위를 확대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다주택 중과유예 종료 등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변칙 증여, 우회 거래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편법을 이용한 세금 회피 시도를 적발하고, 부당 가산세(40%) 부과 등 더 큰 세부담을 치르도록 해 탈세 유인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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