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격차 커지는 ‘K자’ 피하려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0선을 돌파하며 장을 마친 6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글에서 ‘미국경제가 K 자 모습이 되고 있다’고 썼지만 , 과연 문자 그대로 K 의 원조인 한국경제는 어떨까 . 경제성장만 보면 2026 년 한국경제는 반도체가 이끄는 제조업 수출의 대폭 증가 덕에 호황으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 미국의 관세인상과 미국 - 이란 전쟁의 충격을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이 작년에 비해 크게 높아질 전망이며 , 주가지수도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 그러나 여전히 민간소비 등 내수의 회복과 임금 상승은 더디며 최근 격차가 커지고 있어 우려할 만하다 . 한국경제가 K 자 경제회복을 피하기 위해 이중노동시장의 격차 완화와 증세를 포함한 정부의 소득재분배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

■ 호황으로 가는 한국경제

먼저 경제성장을 보자 . 한국은행의 1 분기 실질국내총생산 속보를 보면, 2026 년 1 분기는 분기성장률 1.7% 를 기록해, 2025 년 4 분기 – 0.2% 에 비해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었다 . 20 25년 1분기와 비교하면 3.6% 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이다 . 아래 그림이 보여주듯 전기대비 기준으로 민간소비는 0.5% 증가한 반면 , 기업의 설비투자가 4.8%나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2.8% 늘어났다 . 재화의 수출이 5.6% 나 증가해 1 분기 순수출이 국내총생산( GDP) 의 5.7% 에 달했다 .

자료 한국은행

이러한 높은 성장은 인공지능( AI) 호황과 함께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었다 . 정부에 따르면 2026 년 1 분기 한국의 수출액은 2199 억 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5 위에 올랐다 .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8% 나 올랐는데 반도체가 139% 증가해 785 억 달러를 기록했고, 석유제품 14%, 선박 14%, 무선통신제품 40%, 화장품이 22% 증가했다 . 4 월 수출액도 반도체가 173% 나 증가해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한 859 억 달러에 달했다. 무역수지도 237.7 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 반도체 , 조선 , 통신 , 방산 , 바이오 ,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축적된 강력한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 국내총생산의 성장기여도를 보아도 1 분기 1.7% 성장 가운데 순수출이 1.1% 포인트를 차지해, 민간소비 0.2% 포인트 , 고정투자 0.8% 포인트 등을 포함한 ‘내수 기여도’ 0.6% 포인트에 비해 크게 높았다 . 특히 국민들의 실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국내총소득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등의 수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되어 전기대비 7.5% 나 증가했다 .

한국경제는 계엄과 탄핵의 정치적 충격을 배경으로 2025 년 연간경제성장률이 1% 로 낮았고 4 분기 분기성장률도 마이너스였는데 , 올해는 수출이 이끄는 호황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 2 분기는 1 분기의 기저효과와 미국 - 이란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어 1 분기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지만 , 한국경제의 2026 년 연간성장률은 높아질 전망이다 . 지난 2 월 2026 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로 상향했고 ,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 은 4 월 말 기준 2 026 년 경제성장률을 JP 모건의 3% 를 포함해 평균 2.4% 로 전망하고 있다 . 나아가 과거 경기순환적 특성을 크게 띠었던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 AI 호황 덕분에 구조적인 성장산업이 된다면 높은 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기업의 영업이익도 반도체 산업 대호황과 수출 증가로 급속히 높아졌다 .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2025 년 약 271 조 원에서 2026 년 약 779 조 원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이를 배경으로 코스피 지수는 5 월 초 7500 을 넘었는데 , 이는 2025 년 저점 대비 3 배 넘게 높아진 수치다 .

■ 호황의 이면과 K 자 격차

그러나 호황의 이면 , 한국경제의 어두운 면도 여전하다 .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뎌서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2024 년 자영업 폐업자 수는 100 만 명을 넘었고, 작년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 폐업자 수는 2021 년 약 92 만 명에서 2023 년 약 87 만 명으로 줄었지만 이후 계속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2022 년 이후 급속히 높아졌고, 특히 1 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5 년 11% 가 넘었다 .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 2026 년 4 월 소비자심리지수가 99.2 로 전월보다 7.8 포인트 낮아졌다 . 이 지표는 정치적 위기로 급락했다가 탄핵 이후 급속도로 회복해 3 월에도 107 로 높았지만 4 월은 하락세를 보였다 . 전 산업의 기업심리지수 는 2026 년 4 월 94.9 로, 전월에 비해 0.8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100 보다 낮아 장기 평균보다 다소 비관적임을 보여준다 . 특히 제조업 수출기업의 기업심리지수( 103.4)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 서비스업은 92.9 를 기록해 차이가 컸다 . 기업과 소비자를 모두 포함한 경제심리지수도 4 월 91.7 로, 전월에 비해 2.3 포인트 떨어져 수출 급등과 성장 회복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경기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 결국 경기 상황은 수출과 내수 부문의 양극화가 뚜렷해, 수출 대기업 부문이 주도하는 아랫목 호황이 얼마나 내수의 윗목으로 퍼져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

다행히도 최근에는 소비지출이 회복되는 흐름이 확인된다 . 소매 판매는 2022 년 중반 이후 계속 떨어지다, 2025 년 3 분기 이후 높아져 2026 년 1 분기는 전분기대비 2.4% 올랐고, 3 월은 전월대비 1.8% 증가했다 . 서비스 생산도 3 월 1.4% 증가했고, 신용카드 이용금액도 4 월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한편 최근 소득분배 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국세청의 2024 년 귀속분 통합소득 자료를 보면, 개인 기준 상위 10% 집중도가 2021 년부터 2023 년까지는 하락했지만 2024 년 37.2% 로 약간 높아졌다 .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가구소득 지니계수도 2024 년 시장소득 기준과 가처분소득 기준 모두 조금 높아져 소득분배가 악화됐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자산의 불평등은 2018 년 이후 계속 심화됐다. 2025 년 순자산 지니계수는 0.625, 10 분위 점유율이 46.1% 로, 전년에 비해 약간 더 높아졌다 . 실질임금 상승률 은 2022 년과 2023 년 인플레 상승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2024 년 0.5%, 2025 년 0.9% 로 느리게 회복되었는데 2025 년 4 분기 이후 약간 높아졌다 . 설날 효과를 고려해 2025년과 2026년의 1, 2 월 명목임금 합계치를 비교해보면, 약 7% 상승했다 . 그러나 같은 기간 300 인 이상 기업의 임금은 대기업들의 성과급 확대로 약 9% 상승했지만 , 300 인 미만 기업의 임금은 1% 상승하는 데 그쳤다 .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이중노동시장의 격차는 심각하다 .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25 년 기준 300인 미만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300 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 임금의 약 58% 에 불과하다 . 실업률은 높지 않지만 , 특히 20 대와 30 대 청년층에서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 쉬었음 ’ 인구 비중이 2021 년 이후 계속 높아지는 것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

■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기업의 이윤이 높아지고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일이며 , 정부도 코스피 상승의 성과를 내세울 만하다 .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수가 2020 년 이후 크게 늘어나 현재 1440 만 명이나 되지만 주식 보유는 집중도가 매우 심해 주가상승의 이득도 소수에게 몰리고 있다. 2023 년 말 상위 1% 가 전체 주식 금액의 약 53%, 상위 10% 가 약 80% 넘게 보유할 정도였다 . 한편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대기업 정규직과 80% 가 넘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 , 소위 이중노동시장 문제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 SK 하이닉스나 삼성전자와 같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노동자 1 인당 수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전망이다 . 300 조가 넘는 영업이익이 전망되는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현금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다 . 하지만 삼성전자의 엄청난 영업이익에는 수많은 협력업체나 하청노동자 , 그리고 3 년간 22 조 원의 감세를 해준 정부나 지역주민의 몫도 있다는 비판 의 목소리가 높다 .

그렇다면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과제는 반도체 산업 등 제조업 수출이 이끄는 호황이 격차가 커지는 K 자형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성장의 과실을 공동체가 함께 나누는 일이다 . 무엇보다 하청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촉진해 이들의 협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또한 대기업 노사가 양보해 협력기금을 만들어 하청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지원하는 노력이 제도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 취약계층을 돕고 소득을 재분배하는 정부의 역할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들 중 시장소득 기준으로 소득불평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소득재분배가 미약해 가처분소득 기준으로는 소득불평등이 매우 높다 . 한국의 GDP 대비 사회지출 비중은 2024 년 15.3% 까지 상승했지만 , 여전히 OECD 평균 21.2% 보다 낮으며 , 한국인은 국제적으로 세금도 매우 적게 내는 편이다 . 2025 년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18.4% 로, OECD 평균 약 25% 에 비해 크게 낮아서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

자료 국세청 2024년 귀속 근로소득기준

예를 들어 온갖 공제들로 인해 한국의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국제적으로 매우 낮다 . 위의 그림이 보여주듯 근로소득 상위 9-10% 계층은 총급여가 9100 만 원인데 근로소득세 부담이 7.8% 이고 상위 19-20% 계층은 총급여가 6500 만 원인데 실효세율이 고작 4.7% 에 불과하다 . 주식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며 계속 미뤄진 금융투자소득세의 도입은 코스피가 7500 을 넘은 지금도 소식이 없다 . 그리고 몇 년간 AI 호황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의 이윤이 매우 커져 법인세 수입이 크게 오를 텐데, 증가한 세수를 미래산업 발전 촉진과 경제 격차 완화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코리아를 뜻하는 ‘ K- 경제’의 모습이 격차가 커지는 ‘ K 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바야흐로 생산적이고 뜨거운 논쟁을 시작할 때다 .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이강국의 경제 지평: 갈라진 세계를 넘어 연재보기>

① 트럼프와 K자 경제…미 하위 10% 가구 관세 부담, 상위 10%의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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