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방의 유령’ 부르는 부모의 상처…이젠 ‘부모치유학교’가 필요해

부모가 자신의 어릴 적 상처를 먼저 치유하는 것이 자녀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초등학생 아이가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고 찾아왔다. 초등학생을 자주 진료하지는 않지만 자살 사고의 심각성으로 긴급히 진료하게 됐다. 공부, 부모,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심시키고자 애를 썼다. 주변 동료들에게 묻고 또 자살예방단체에 물어보니 초등학생 자살 사고 사례가 전보다 확실히 늘었다고 한다.

통계를 찾아보니 2020년대 들어 초등학생 자살은 확실히 늘었다. 일본도 초등학생 자살이 전보다 늘었다. 일본 후생성 분석으로는 정신건강, 학업 압박과 부모 훈육 문제 순이라고 했다. 그리고 학업 압박과 부모 꾸지람은 분리가 어렵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너무 많이 기대하고, 또 지나치게 혼내는 것이 여전히 큰 문제라고 하면서, 오래전에 일부 지자체에서 ‘칭찬조례’(어른은 아동에게 칭찬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조례)까지 만들었지만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사실 우리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어린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혹독한 꾸지람은 어디서 올까? 이 문제에 대해 가장 관심을 끈 이론은 셀마 프라이버그라는 사회복지사이자 정신분석가가 이야기한 ‘아기방의 유령’ 이론이다. 그녀는 “모든 아기방에는 유령이 있다. 이 유령들은 부모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상처에서 찾아온 방문객이다”라고 말했다. 양육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이 유령이 깨어나서 부모가 겪은 고통을 아이에게 반복한다는 이론이다. 아이의 방과 마음에 유령이 살게 한다는 이론이다.

금융위기, 무한경쟁, 독박육아 등 지금의 부모들은 살면서 여러 고통을 감당하며 힘들게 살아왔다. 이 고통의 유령이 마음의 비밀 창고에 감금되었다가 ‘나같은 고생을 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 때, 문이 열리면서 아이 방에 유령이 떠돌게 된다. 부모 자신도 모르게 깨어난 유령을 통해, 자신이 겪은 공포와 무력감을 아이에게 주고, 또 이 공포와 무력감을 이겨내라고 강하게 몰아친다는 이론이다.

그러면 어떻게 아이에게 이 유령을 쫓아낼 수 있을까? 프라이버그는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이 어렸을 때 말로 못했던 힘들었던 기억, 억압되던 비밀스런 고통의 방을 열어서, 자신의 아동기에 위로받지 못했던 것을 공감받을 때 유령이 사라진다고 했다. 부모가 먼저 자신의 성장기 상처에 대해 치유받는 것이 유령퇴치 비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의 대안은 부모치유학교다. 시대적 압박과 사회적 상황이 주는 고통으로 인해 겪는 부모의 고통도 크므로 사회 전체가 과거 아픔을 잘 치유하는 사회분위기도 매우 중요하다. 어린이의 죽음에는 사회 요인과 부모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불안의 시대를 살아온 부모들이 ‘의대 광풍’에 자녀를 몰아넣는 이유는 자신의 상처 때문이다. 상처를 치유받지 못한 부모의 유령이 어린이 마음에 달라붙어 있는 세계로 세상이 더 채워지고 있다. 이 유령들을 빼내려면, 아이를 왜 이렇게 키웠냐고 혼낼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어야 한다. 한 아이가 잘 크는 것은 부모 탓도 크지만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고 말해줘야 하고 실제로도 그렇다.


지금의 세상은 더 그렇다. 또한 사회는 혼자 힘들게 키우지 않게 하겠다는 사회적 약속도 제공해야 한다. 위니콧의 말처럼 보통 부모는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인 경우가 많다. 아이가 죽을 생각까지 하면서 크지 않게 하려면 내 상처를 치유하고 내가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는 일이 출발이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성장학교 ‘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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